수도권의 미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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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과 그 주변지역의 성장관리에 관한 일관성 있는 뚜렷한 정책과 계획 없이 서울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이 「시장경제력」에 의하여 크게 좌우되는 듯한 현상이 최근 몇 년 간 있었다. 물론 제2차 국토계획 속에 서울과 수도권의 개발방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정책방향을 현실로 옮기는 구체적인 집행수단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의 현실적인 개발은 시장경제력에 의하여 크게 주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몇 가지 사례를, 우리는 그 동안 묶였던 서울의 일부 지역(예컨대 개포동·목동 등)의 추가 개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울의 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및 중추관리기능의 확대를 의미하는 대규모 도심지 재개발과 서울 외곽 잔여지의 신개발은 그 지역의 토지소유자에게는 반가운 일일는지 모르나 어떤점에서는 서울의 인구 및 산업집중 억제정책에 역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수도권정비계획안이 작성 발표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성장관리에 관한 어떤 정책의 표명으로서, 그 계획이 계획에 그치지 않고 강한 의지로써 집행될 때는 서울과 그 주변지역주민의 미래생활은 물론 국토의 균형개발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청회에 그 모습을 드러낸 계획안은 ①서울시의 인구를 9백60만 명으로 억제하며②수원이남 지역만 개발유도지역으로서 적극 개발하고 나머지 지역은 인구의 과밀(서울의 경우), 자연환경의 보전(서울 이동지역), 개발의 유보(접적지역의 경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발을 억제 내지 보류하며 ③수도권을 12개의 지구 생활권으로 나누어 생활환경을 정비·개선한다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있다.
이 계획안은 서울의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억제하고 권역내의 분산을 꾀하려한 점에 있어서는 올바른 계획의 방향을 잡고 있다고 하겠으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있어서 문제성을 내포하고있다.
무릇 대도시권의 성장관리를 계획하는데는 크게 두 가지 접근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시장경제력의 추세를 그대로 주어진 것으로 보고 그에 따른 인구와 산업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소극적인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바람직한 미래상을 설정해놓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인구와 산업의 배치를 계획적으로 유도해나가는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다.
이번 수도권계획안은 지금 서울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을 강하게 주도하고있는 시장경제력의 추세를 예견하고 그에 강력히 대처한 계획이라기보다는 그와 같은 추세와 경향을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긴다. 지금 서울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을 주도하는 추세란 수도권의 서울 화 경향이다.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오피스타운」으로 돼 가는 반면 그 주변지역은 서울의 「침실타운」으로 되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추세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10년 내 서울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뉴욕이나 도오꾜시민의 경우처럼 하루8시간의 근무를 위하여 평균4시간 이상을, 그것도 그린벨트를 건너서 출퇴근에 허비하는 고통스러운 도시생활을 미구에 맞게 될 것이다.
만일 대부분의 도시민이 인간적인 스케일의 쾌적한 도시에서 직왕근접한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도권의 미래상이라면 서울시의 오피스 및 서비스 기능과 중추관리기능의 팽창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서 주변지역의 위성도시화를 막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수단들이 계획 속에 크게 부각되었어야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12개 생활권의 개선이 수도권 전체의 인구와 산업집중도를 오히려 높일 것이라는 것이다.
서울과 그 주변지역에 산업과 인구가 많이 모이는 것은 이 지역의 높은 수준의 생활편익시설에도 큰 원인이 있는데 앞으로 10년간 이를 더욱 개선한다고 하는 것은 타 지역과의 생활편익시설 수준의 차이를 더욱 높일 것이며 결국 이것이 권역전체의 집중도를 더욱 높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수원이남만을 개발유도지역으로 적극 개발토록 하는 것은 국토개발의 현안문제로 되고있는 경부축상의 인구와 산업의 편재를 완화하기보다는 더욱 촉진하지 않을까-.
경부선상의 인구와 산업의 편재를 가속시키는 계획이라면 이의 시정을 계획의 기본목적으로 삼고있는 제2차 국토계획에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특별한 요인이 없이도 산업들이 경부선 상에 입지하려는 강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접적지역이나 서울이동 지역을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끔 개발해 나가는 것이 수도권의 균형개발은 물론 국토의 균형개발이란 차원에서 보다 바람직 할 것이 아닌가 싶다.
1970년대에 강력히 규제되었던 서문과 수도권의 성장이 80년대에 들어와서 그 고삐가 상당히 늦추어진 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바꾸어 표현하면 시장경제력이라 부를 수 있는 토지소유자들의 주장이 도시개발을 크게 좌우했다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서울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에 있어서 이러한 시장경제력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것만이 서울과 그 주변지역의 집중도를 완화시켜 국토의 균형개발을 달성함은 물론 장시간의 출퇴근에 지치고 극도로 오염된 고통스러운 도시생활로부터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을 해방시킬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하고싶다.
황명찬<건국대 행정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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