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혔으나 단기외채 많다"|IMF 한국경제 평가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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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IMF(국제통화기금)는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이 인플레는 많이 잡았으나 단기채의 누증 등 국제수지는 취약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IMF는 한국의 안정화 정책을 높이 평가하면서 외채, 특히 단기외채를 더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IMF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요약 소개한다.<편집자주>

<82년 실적>
작년 한국의 경제실적은 인상적인 것이었다. 인플레가 크게 진정되고 경상적자가 줄면서 상당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적절한 경제정책이 이 같은 성과에 큰 기여를 했다.
82년의 통화관리는 5월의 이·장 사채파동 때문에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이 사건과정에서 통화정책은 매우 신축성 있게 이루어졌다. 통상적 돈줄이 끊긴 민간업체를 구하기 위해 은행돈을 풀었다. 그러면서도 인플레는 유발시키지 않았다.
확대재정정책과 낮은 금리는 생산을 높였다. 풍년과 국제원자재값 하락, 또 기업의 낮은 금융부담 덕분에 인플레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
경상적자는 반감, 25억 달러로 줄었다. 무역조건이 개선되고 무역외 수입이 늘어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수출은 당초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시장확대에 맞추어 늘어났고 주요 경쟁국에 비하면 우수한 실적을 올린 셈이다.
부분적으로 약세를 나타낸 분야도 있었는데 공산품 수출의 부진은 선진공업국의 불황과 보호주의 정책 때문뿐 아니라 불리한 경쟁조건에도 기인한 것이다. 달러화에 대해 원가가 7%나 평가절하(환율인상)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EC(유럽공동체)통화에 사실상 평가절상(환율인하)되어 이들 국가에 대한 한국의 수출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82년에 경상적자는 줄었지만 전체 외채는 악화됐다. 중·장기차관 조건이 나빠져 장기차관으로 눈길을 돌림에 따라 전체 외채 중 단기차관의 비율이 38%로 커졌다. 국제기준으로 볼 때 비교적 높은 것이다. 단기차관에 대한 이자지급 등 외채상환 부담은 재화와 용역수출의 약21% 수준(외채 부담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계속적인 수출성장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니다.

<83년 전망>
인플레율 5% 미만, 수출증가 9.5%, GNP성장 7.5%, 경상적자 20억 달러 미만-83년도 경제운용 목표다. 의욕적이지만 노력해 봄직한 적절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공업국가들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을 예상한다면 희망에 미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경제 전망에 동감을 표시한다.
한국의 금융정책은 인플레율을 낮추고 이자율·임금·외환율에 대한 압력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인 것이 될 것이다. 인플레 심리를 점차적으로 없애고 은행돈을 제2금융시장으로 계속 돌리면 제2금융권의 이자율이 은행과 가까와질 것이다. 시장에서 이자율이 결정되면 재원이 생산부문으로 몰리게 되고 시중은행의 수익률을 강화해줄 것이다.
83년의 한국 국제수지 전망은 작년보다 훨씬 좋다. 올해에 들어와 지금까지는 수출실적이 실망스럽지만 한국은 금년 후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선진공업국 경기회복의 혜택을 알차게 받을 것이다. 그러나 수출신장목표 9.5%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증가를 6%로 보고있는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인하된 것을 감안하면 경상적자는 25억 달러가 예상된다. 중·장기 차관이 82년 수준을 유지하고 단기차관 도입이 준다면 전체 국제수지 적자는 공식목표 14억 달러를 크게 초과하지 않을 것이다.
외채증가율은 83년에는 10%이하로 더 줄어들 것이다. 전체 외채는 GNP의 56%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외채상환비율(외채 부담율)은 국제 이자율 인하와 수출수입 증가에 힘입어 19%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상적자를 좀더 줄이고 국제자본시장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충고를 하고싶다.
한국의 외채관리 전략은 전반적으로 신중하지만 단기외채가 너무 높은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한국의 신용도에 대한 취약점이 되고있다.
국제자본시장의 불안정 상태를 감안하면 단기차관을 줄이고 중·장기차관에 의존하려는 현 한국정책은 적절한 것이며 계속 추구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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