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약 포장 글씨 … 40대도 가물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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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실물 크기의 ‘타이레놀 정 500㎎’ 포장지 뒷면. 6∼8포인트(길이 2.1∼2.8.)로 인쇄돼 노안(老眼)의 소비자들은 돋보기 없이 읽기가 힘들다.

주부 황모(52·창원시 마산회원구)씨는 며칠 전 머리가 아파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500㎎’을 구입했다. 몇 시간 간격으로 몇 알을 먹어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포장지 뒷면을 살폈으나 글자가 너무 작아 돋보기 안경을 찾아야 했다. 황씨는 “맨눈으론 용법과 용량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글씨가 작다”고 말했다.

 40대 이상 연령층이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 가운데 하나는 맨눈으로 약 포장지 글씨를 읽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인숙 부산대 간호대 교수와 이은주 신라대 강사가 2013년 20~79세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가독성 조사(포장지에 기재된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측정)를 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가정용 안전상비의약품인 ‘판콜에이 내복액’ ‘훼스탈 플러스 정’ ‘타이레놀 정 500㎎’에 적힌 포장 기재사항을 각각 6, 8, 10포인트로 작성해 대상자들에게 읽게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약품의 포장지에 제품명, 유효기간, 유효성분의 명칭 및 분량 등 주의사항은 7포인트(2.5mm) 이상으로, 나머지는 6포인트(2.1mm) 이상으로 써야 한다. 시판되는 일반의약품 대부분이 6~7포인트로 표기돼 있다.

 글자 크기가 6포인트일 경우 40대의 가독성 점수는 69.6점, 50대는 32.6점, 60대는 42.5점, 70대는 6.7점이었다. 80점 미만이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을 뜻한다. 연구팀은 “실제 의약품 사용자의 절반 이상은 6포인트로 기재된 의약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노안이 시작되는 40대를 위해 글자 크기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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