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체코에 연산 30만 대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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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이 30일 프라하의 총리관저에서 이르지 파로우베크 체코 총리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체코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는 유럽을 방문 중인 정몽구 회장이 체코 프라하에서 이르지 파로우베크 체코 총리를 만나 총투자비 10억 유로(1조2000억원)를 들여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 초 체코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08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연간 생산 규모는 30만대로 지난 5월 준공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건립 후보지로는 체코 수도인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약 230㎞ 떨어진 오스트라바가 가장 유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폴란드 등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현대차 공장 유치에 관심을 보였으나 체코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데다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과 가깝고 ▶체코의 유럽연합(EU) 가입으로 관세 장벽을 넘을 수 있게 된 점이 체코 낙점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체코 공장이 지어지면 현대차는 미국.중국.인도.터키에 이어 해외 5개국에 생산기지를 갖게 된다. 또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과 2007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중국 제2공장 등까지 합치면 현대.기아차 그룹의 해외 생산 능력은 현재 89만 대에서 2010년 244만 대로 늘어난다. 현재 국내 생산 규모는 300만 대 정도다.

현재 체코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는 스코다(Skoda)와 도요타-푸조시트로엥(PSA) 두 곳이다. 현대차는 유럽 공장이 건설되면 지역별 경제블록화로 인한 통상 마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물류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독일 프랑크푸르트 기술 연구소.유럽판매법인 등과 함께 유럽에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 유럽시장 공략에도 한결 힘을 얻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설계.디자인부터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현지 고객의 감성과 기호에 맞는 차량을 판매함으로써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파로우베크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과 기반시설 구축, 투자 인센티브 등에서 체코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로우베크 총리는 "최근 현대차의 눈부신 성장은 유럽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다"며 "현대차의 체코 공장 유치를 위해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대차는 전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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