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각종 카드·달력 등 팔아 자선기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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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행복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불우한 어린이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 행운이나 행복은 마땅히 값을 치러야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미래인데, 그 미래를 떠맡을 사람이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유니세프(유엔 국제 아동기금)의 기본정신을 실현키 위해 한국에서 여성들의 모임 「유니세프 봉사자들」을 조직하여 이끌고 있는 필리핀여성 「크리스티나·히달고」씨(39). 한국 주재 유니세프대표 「안토니오·히달고」씨의 부인이다.
『82년 4월 모임이 만들어졌지만 본격활동을 시작한 것은 9월께입니다. 매년 30여종 발행되는 유니세프의 각종 카드·편지지·달력 등을 팔아 기금을 만드는 일이 우리들일입니다. 기금은 뉴욕 유니세프 본부로 보내져 세계의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쓰여집니다. 유니세프 연간 예산 중 3분의 1정도가 이러한 자선기금에 의존하느니만큼 아주 중요한 활동입니다.』
이 제품들은 매년 세계 유명화가들이 유니세프활동지원을 위해 무료로 제공한 그림으로 만들어진다. 금년 처음으로 한국의 권명광씨가 한복을 입고 썰매를 타는 한국적인 어린이 그림을 제공, 카드로 만들어졌다. 「히달고」씨가 이끌고 있는 「유니세프 봉사자들」은 30여명이 회원인데 한국여성은 10명. 그중 7∼8명은 완성한 활동가라고 한다. 『회원이 되려 해도 영어를 못한다고 꺼리는 분이 있는데 한국인을 상대로 우리 뜻을 전하고 카드 등을 파는 것이므로 영어가 필요치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내 이웃과 세계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나의 시간을 쪼개겠다는 보수 없는 봉사정신입니다.』 마닐라의 토머스대·필리핀대에서 철학과 신문학을 공부한 그는 마닐라 크로니클 등 언론기관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해온 활동적인 여성. 81년 6월부터는 연합통신 해외부에서 8개월간 일했다. 현재 서강대·서울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읍니다. 전통적인 여성들이 상당히 수줍었던 반면 일부 현대여성은 오히려 공격적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필리핀의 여성잡지 실레브리티에 한국 여성의 역사와 오늘을 주제로 한 80페이지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히달고」씨는 김정?보사부장관을 비롯, 국회의원·교수·가정주부 등 한국 사회의 각계 각층 여성들을 폭넓게 만났다고 한다. 그는 현재 매주 화요일 코리아 타임즈에 여성문제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있다.<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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