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박물관 호화·호상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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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평 남짓한 공간에 60여 점의 호랑이 그림 호랑이 상들이 가득 찼다.
고려대박물관(관장 박병채)이 개교 78준년 기념으로 열고 있는 호화·호상 특별전시회(2∼10일). 호랑이는 특히 이대학의 상징이자 88 서울 올림픽의 심벌마크로 선정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통회화에 나타난 사실적 모습에선 동양의 장자다운 늠름한 기상이 마음에 든다.
민화속에 나타난 호랑이, 특히 소나무·까치와 함께 등장하는 호작도에선 설화에 전하듯 홀쪽한 배, 불쑥한 가슴에 약이 오른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화속에 사는 호랑이의 표정은 특히 해학속에 당시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사실적인 호랑이 그림이 산동왕으로서의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면 민화는 항상 인격화된 친근감을 보여주고 있다.
호랑이가 사슴과 함께 놀고 있는 「한호팔곡병」은 투쟁이 격렬했던 한 시대상에 대한 염원을 반영하고 있다.
호랑이는 원래 벽사, 즉 잡귀를 쫓는다는 민간신앙과 결부된다.
병풍 그림뿐 아니라 많은 생활용품에서 호랑이 그림·호랑이상을 볼 수 있다.
흉배·부적·베갯모·장농·벼루·손거울·도자기, 거기다 실제로 호피나 호랑이발톱·이빨·수염 등을 이용, 생활 도구나 여인들의 노리개 등 장신구를 만들어 액을 막아왔다. 호랑이를 뜻하는 「인」자를 써서 호랑이해, 호랑이달, 호랑이날, 호랑이시에 만들었다는 사인검도 있다.
현재 한국 호랑이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 조상들이 호랑이에게 가졌던 이미지를 흠뻑 느끼게 해줌으로써 행발불명된 한국 호랑이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풀어 주고 있다.

<이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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