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원 분리계획에 한은 간부들 "함구"|재무부선 충격예상 미리부터 반응청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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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무부의 은행감독원 분리 안이 금발 위 심의에 오르는 등 당국의 감독권 분리추진이 본격화되어도 한은 관계자들은 다만「유구무언」.
ADB총회 참석관계로 하영기 총재도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지만 말 한마디 못한 채 선제공격을 당한 셈인 한 은의 한 관계자는『한 은에 들어와 20여 년 동안 뼈저리게 배운 것이 바로 어떤 일이 있어도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숨.
또 한 관계자는『재무부 안에 대한 명분과 이치를 따지기에 앞서 누구하나 나서서 이론을 제기하지도 못하는 현재의 풍토자체가 그같은 분리 안이 성립될 수 없다는 역설적인 증거가 아니냐』고 반문. 어쨌든 한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8일 하영기 총재가 귀국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은행감독원의 독립기구 화 방침이 구체적으로 노출되어 한은 등 관계기관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자 이 방안을 마련한 재무부가 파장의 심도를 측정하기에 바쁘다. 각 금융기관·언론·재계로부터 최근 간헐적으로 의견을 청취.
작년 8월 제2금융권설립 자유화조치를 취한 때부터 은행감독원독립을 구상해 왔던 재무부는 실명제파동 때문에 이의 문제제기를 연기해 오다가 이번에 금융산업발전심의 회 안건으로 공식 상정했다.
재무부는 은행감독원이 한 은의 인사숨통을 트는 배출구 노릇이나 하고 있으며 예산까지 통제 받고 있는 데다 제2금융권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어 금융사고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재무부는 한 은이 학계·정계·업계등 각 곳에 있는 전직 한은 맨을 동원, 은행감독원 독립을 저지하려는 적극적인 로비를 벌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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