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서값 더 내릴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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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외서 업자에 대한 가격담합 금지조처로 외서값이 조금씩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외서를 사는 사람들은 국내서적과 비교할 때 너무나 비싼 부담을 안고 책을 사야 한다. 외서의 연간 수입액이 70억원에 이르고 외서 수요층이 대부분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대학 주변의 사람들이라고 할 때 외서값을 좀더 낮출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시점이다. 외서값은 업자들의 노력과 정부 당국의 뒷받침이 있으면 더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외서값은 일서가 엔화표시가의 4.5배를 받고 있고 양서는 달러당 9백50∼1천원씩이다. 이 같은 값은 종전에 일서가 엔화 표시의 5배, 양서가 달러당 1천 50원을 받던 것에 비해 내린 값이다.
이러한 외서값은 적정한 것인가? 업자들이 갖게 되는 이윤폭으로 살펴보자.
일서는 대부분 정가의 80%에 수입되고 있다. 현재 환율이 3.3배이므로 수입가는 환율의 2.64배로 들어오는 셈이다b
1천엔짜리 책을 예로들면 2천 6백 40원에 수입했다. 여기에 수입에 따른 운송료·보험료·세금 등이 13% 정도 된다면 2천 9백 80원 정도가 든다. 이것을 4천 5백원에 팔고 있으므로 이윤폭이 51% 정도다. 양서의 경우는 정가의 70%선에서 수입된다. 현재 환율이 달러당 7백 70원이므로 달러당 5백 39원에서 사는 셈인데 역시 운송료·보험료 등이 13% 정도여서 6백 10원 정도에 수입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을 달러당 9백 50원에 팔 경우 이윤은 3백 40원으로 55% 정도다.
이 같은 일서 51%, 양서 55%의 이윤폭은 국내 서적의 25∼30%에 비한다면 분명히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윤폭을 그대로 적용시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서 수입업 자들이 폭리가 아니라고 변명하며 드는 가장 큰 애로점은 위탁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외국에서 책을 수입해 그것을 팔고 남는 책을 반송하여 지불한 책값을 다시 받아 낼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해 팔리지 않는 책은 그대로 묵혀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크며 그것이 책값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위탁판매는 외국의 출판사나 도매상에서 가능하다고 하는데도 정부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외환 유출에 이용될 여지가 있고 반송에 따른 행정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등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 외서값은 많이 내릴 수 있다.
외서 수입 업자들도 책을 더 싼값에 사오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경쟁적 노력 혹은 단합된 행동으로 더 싼값에 구입할 길도 있다. 4월 1일부터 30일까지 「83서울 북페어」를 한 한국출판 판매주식회사의 경우가 좋은 본보기다.
일서를 일본내 도매상인 일본 출판 판매주식회사와 교섭해 싼 값에 구입하여 할인판매하였다. 이 같은 일에 자극 받아 딴 수입업자들도 일본의 도매상들과 계약을 맺어 더 디스카운트 된 값으로 수입해 왔다. 전체적으로 일서값이 내려간 것은 이 때문이다.
수입 업자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한국 외서 협의회 회장 김윤선씨는 『19개소의 외서 수입 업자들이 개별적으로 소량을 들여오기 때문에 수입가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데 도매상을 만들어 공동르로 대량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상의 비밀을 지켜야할 경우도 있지만 함께 구입하여도 문제가 되지 앉을 경우도 있는데 단절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
위탁판매가 이루어지고 싼값에 책을 구입하는 것 외에도 책의 선택을 잘하여 재고가 나지 않게 하는 것, 판매에 따른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것 등도 외서값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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