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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누락 많은 성형외과에 '수술 재료 거래내역' 통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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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부터 부가가치세 신고금액을 고의로 누락하면 고강도 세무조사와 함께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커진다. 국세청(청장 임환수)은 그간 사후검증에 치중해 왔던 부가세 신고 검증 방식을 올해부터 사전고지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596만 명에 이르는 부가세 납부 대상자 가운데 45만여 명에게 최근 과세자료를 제공했다.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개별적인 세금 신고 유형을 고지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 납세자는 소득금액 탈루·오류가 자주 발생하는 유형의 거래가 많은 개인사업자와 법인이다.

 이들에게 제공된 26개 항목의 과세자료는 국세청이 사업자 간 전자상거래를 통해 확보한 전자세금계산서·신용카드영수증·현금영수증은 물론 산재보험 가입자료, 전기·도시가스 설치자료처럼 외부 기관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세청이 전산망의 한계로 이런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체 전산망과 정보망 확대를 통해 외부 기관으로부터 과세자료를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어떤 사업자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

 예컨대 성형외과 병원이 매출을 누락시키기 위해 현금을 받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과거에는 과세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연말정산 과정에서 이용자가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현금영수증을 요청해 사후에 발급하면 즉각 탈세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성형수술에 필요한 재료 매입자료가 판매처 매출을 통해 포착될 가능성도 크다. 김한년 부가세 과장은 “이제는 전산망이 발달돼 아무리 거래 내용을 숨기려 해도 어디선가 매입·매출 흔적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G마켓·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 입점해 물건을 판 뒤 신고하지 않아도 국세청이 이미 거래 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쇼핑몰 사업자가 소득금액을 개인 예금계좌로 받고 현증영수증을 끊어 주지 않더라도 오픈마켓 사업자로부터 매출 거래내역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매출 거래내역을 오픈마켓 사업자로부터 사전에 수집해 뒀다가 쇼핑몰 사업자가 신고를 누락하면 사후검증을 벌일 예정이다.

 과세자료 사전고지 방식은 위장 가맹점을 이용해 매출액을 줄인 사업자에게도 빠져나갈 구멍을 원천적으로 틀어막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이 납부 항목을 구체적으로 통보했는데도 신고에서 누락했다가는 본격적인 세무조사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같이 사전고지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4만5000명이던 사후검증 대상이 이번부터 1만5000명으로 줄어든다.

 올해부터 과세자료가 사전고지됨에 따라 현금영수증을 끊어 주지 않은 사업자는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26일 마감되는 부가세 확정신고 이후 매출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면 매출액 기준으로 50%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예컨대 건축자재 판매업자와 건설업자가 공모해 현금 1000만원을 주고받고도 현금영수증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이뿐 아니라 부가세 납부 지연에 따른 불성실신고 가산세 10%가 추가되고, 과소신고 가산세 40%가 세액 대비 기준으로 과세된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는 미용·성형 목적의 의료용역에 대해서도 부가세가 과세되고 있어 현금을 받은 병원이 현금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고객이 신고하면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쌍꺼풀 수술비로 100만원을 내고 현금영수증 처리가 안 된 사실을 신고하면 2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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