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공원 '멧돼지 습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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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올림픽대교 남단 부근에서 사살된 멧돼지를 소방대원들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야생 멧돼지가 서울 도심 주택가와 공원에 나타나 시민들을 공격했다. 몸무게 130㎏, 크기 160㎝가량의 이 멧돼지는 경찰의 추격 끝에 붙잡혀 죽었다.

멧돼지는 29일 0시16분쯤 서울 강동구 암사동 네거리의 한 주점에 들어와 술을 마시던 백모(29)씨의 허벅지를 머리로 들이받아 상처를 내고 달아났다. 곧이어 인근 천호공원에서 귀가 중이던 정모(42)씨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크게 다치게 했다.

심야에 멧돼지 습격사건이 속속 접수되면서 소방서와 경찰은 긴장했다. 사고 지점의 반경 1km 주변에서 2, 3분 간격으로 신고가 잇따랐다. 일대 주민들 사이에는 멧돼지 떼가 출현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경찰은 기동대 1개 중대 등 100여 명과 순찰차 두 대를 동원해 이날 오전까지 아차산 등산로 등 인근 지역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허사였다.

멧돼지는 이날 오전 11시쯤 광진교 북단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경찰의 추격을 피해 강변북로로 달아나다 올림픽대교 북단에서 한강으로 뛰어들어 강남 쪽으로 헤엄쳐 건넜다.

30분쯤 헤엄친 멧돼지는 올림픽대교와 천호대교 남단 사이 부근에서 강을 나와 둑으로 도망쳤다. 멧돼지를 기다리던 사냥꾼 김모(56)씨와 김씨가 데려온 사냥개 6마리가 멧돼지를 추격하며 싸움을 벌이던 중 김씨가 탈진한 멧돼지의 심장을 흉기로 찔러 도살했다.

경찰 관계자는 "죽은 멧돼지는 경기 지역에서 살던 야생 멧돼지로 추정된다"며 "주인 없는 멧돼지에 의해 다쳤을 경우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멧돼지가 여러 마리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추가로 멧돼지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도살된 멧돼지 한 마리가 소란을 피웠다고 보고 이 멧돼지를 도살한 뒤 수색을 끝냈다"고 밝혔다.

도살된 멧돼지 사체를 넘겨받은 강동구청 관계자는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 매립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야생 멧돼지는 25만4000여 마리로 야생 멧돼지로 인한 피해는 연간 82억4300만원(2004년)에 이른다. 변우혁 고려대 교수(환경생태공학부)는"먹이사슬이 파괴돼 민가로 뛰어드는 야생 멧돼지가 점차 늘고 있다"며 "농작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 합법적인 포획을 통해 개체 수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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