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의 낙태합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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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미성년자나 이미 두자녀를 가진 영세민 가정이 원하지 앉는 임신을 했을때는 인공임신 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인구증가 억제대책의 하나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의 인구증가율은 7O년대보다 억제되긴 했으나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7천2백만명이 될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숫자는 1980년의 인구 3천8백만명의 약 두배다.
이때가 되면 식량자원·주택·보건의료등 기본생활수요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보건당국은 이같은 인구팽창을 막기 위해 현재의 인구증가율 l.57%를 보다 더 낮추고 여자 1인당 평균출산율도 2.6명에서 2.1명으로 낮출 목표를 세운바 있다.
이렇게 될때 2050년의 우리나라 인구 6천1백만명이라는 비교적 적정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추측이다.
우리나라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누차 지적된바 있다.
인구밀도는 평방km당 3백85명으로 세계 제 3위지만 경지 면적당 인구밀도는 1천1백32명으로 새계 제1위다.
정말 강력한 대책 없이는 미래에 보다 심각한 국면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낙태의 부분적인 자유화는 생명의 존엄성은 물론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나 사회적인 조건과 상위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낙태의 자유화를 오로지 인구정책의 측면에서만 볼 수 없는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구나 미성년자의 낙태자유화는 물론 그것이 부모의 동의를 얻는다 하더라도 적지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82년 조사에서 기혼부인의 인공유산 경험률은 49.6%로 나타났다.
기혼자 2명마다 1명꼴이 낙태를 경험했다는 통계다.
이에 덧붙여 산부인과 병원을 몰래 출입하는 미성년자도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했을때 낙태의 부분적인 자유화는 그리 큰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울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조절을 목적으로 한 임신중절과 개인의 방종으로 인한 임신중절은 일단 떼어놓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낙태의 부분적인 자유화가 미성년자의 행동양식에 거꾸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신중히 생각해봐야 된다.
미혼모의 증가는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큰 부담이이지만 미혼모 대신 낙태를 경험하는 미성년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면 거기서 초래되는 사회적인 폐해는 인구증가 문제보다도 더 클것이다.
종래 피임을 위주로 했던 인구증가 억제책이 낙태의 부분적인 자유화, 특히 미성년자의 영역에까지 확대된다는 것은 중대한 사회변혁이며 이것은 일조일석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보다 충분한 연구와 검토로, 청소년들에게 무책임한 해방감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임신중절의 허용한계는 5개 항목으로 제한되고 있다.
유전학적 정신장애자·전염병환자·강간·혈족등에 의한 임신은 중절수술이 당연히 허용되고 마지막으로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질때」도 허용된다.
오늘날의 낙태가 모두 이 규정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나 정부는 인구정책의 한가지로 못본체하고 있을 뿐이다.
뒤늦게나마 인구억제의 목적으로도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은 수긍할 수 있으나 그것을 미성년자에게까지 적응하는 문제는 좀더 신중을 기하여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일 것이다.
각종 교육기관을 통한 순결교육(성교육)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이같은 대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작용이 심할 것 같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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