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유화에 편승 불요불급품 들여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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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의 수입자유화정책에 따라 오는 7윌1일부터 새로 수입의 길이 트이는 상품수가 많이 늘어나게된다. 정부는 오는 7윌1일부터 내년6월30일까지 적용될 수출입기별공고에서 공산품·농수산용·화장품류등 모두 2백50여개 품목의 수입을 자유화할 방침으로 있다. 이같은 방침으로 상공부·농수산부·보사부·재무부등 관계부처는 수입자유화 품목을 선정중이며 오는 5월말까지는 대상품목을 확정, 공고할 예정이다. 수입된 상품은 내수용도있고 가공해서 다시 수출하거나 바로 제3국으로 나가는 수출분도 있는데 최근 별 급하지 않은 일반소비재의 수입이 크게 늘어 걱정이다.
빠듯한 외환사정에 비해서 사치품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수입자유화폭의 확대와 함께 일부 불요불급한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높여 쏟아져 들어오는 소비품을 막을 예정으로있다.

<5월말까지 확정>
현재 우리는 국제상품분류 8단위기준 총상품 7천6백60개품목중 수입자동승인품목이 5천7백91개, 제한품목이 1천7백69개로 자유화율이 76·6%에 이르고있다. 이같은 자유화율을 제1단계로 올해에 80%까지 끌어올리기로했다. 그러기위해서는 2백50여개 품목의 수입을 새로 터야한다. 2단계로 84년부터 85년까지는 85%, 3단계로 86년부터 87년가지 90%로 자유화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년엔 국제경쟁력이있는 품목, 수출비중이 높은품목, 국민생활안정에 필요한 소비재, 독과점품목등을 중심으로 수입의 길을 틀 예정이다.
수입자유화율이 전자·전기 46·1%, 섬유류 68·4%, 기계류65·5%, 일차산품과 가공식품 70·6%, 잡화 75·7%, 철강금속 89·7%, 화학제품 94%에 이르고있어 자유화율이 낮은 품목이 많이 새로 트일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고있는 올해 수입자유화품목은 상공부소관으로 섬유류 1백20여개품목, 전자·전기30여개품목, 철강·비철·주단조 5∼6개품목, 기계류 40여개품목, 기타잡화류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보사부소관 화장품·의약품류·과자류, 재무부소관 담배·주류등도 검토되고 있다.
섬유류는 와이셔츠·넥타이·각종외의류등이 많이 개방될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잘되고 경쟁력이 있으며 구미선진국에서 수입개방압력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전자·전기제품은 컬러TV·냉장고·VTR·오디오 제품등은 아직 경쟁력이 미흡하다고 보고 이번에는 자유화가 안되지만 흑백TV나 그부품은 틀 예정으로 알려졌다.

<의류등 개방 늘듯|혁대·지갑·안경테등 잡화도 40여품목>
기계류는 트랙터등 농기계처럼 수요자금융이있어 경쟁력확보가 가능한 일부 기계류와 벽시계·자동차부품의 일부도 자유화검토대상이 되고있다. 베어링은 국내가격이 비싸지만 기계요소로 중요한만큼 아직은 계속 보호해야겠다는것이 상공부의 주장이다.
잡화류중 목제가구·안경테·유리조명기구·면도기·혁대·지갑등 40여개품목이 검토되고있다.
양주·담배·화장품·의약품등도 관계부처간에 거론되고 있으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화의 길」은 언젠가는 가야지만 일반소비재의 수입급증에 불을 붙일 우려가 많다.
전기밥솥의 경우처럼 국산품과 품질의 차이도 문제지만 외제선호경향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내제품과 품질경쟁을 시켜 국산품 품질향상의 촉진제가 될수도있다.
과자와 치약은 수입을 자유화했으나 국산이 값싸고 품질이 좋아 시장침투에 성공하지 못하고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일제의 소나기식 수출공세를 경계해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상혼이 약삭빠른데다가 지리적으로 일본은 가깝기 때문이다.

<물·뱀·지렁이에서 손수건·이수씨개까지|양주·담배도 거론>
소비재 수요는 경기와 직결되어 경기가 안좋을때는 수입이 주춤하다 호경기때는 수입이 늘어나게 마련.
지난해는 소비재수입이 19억6천7백만달러로 전년보다 34·1%줄었다. 소비재중 주종수입품인 양곡이 9억3천6백만달러로 52%나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수입이 준것이다.
그러나 올해들어서는 다소 양상이 달라졌다. 2윌말현재 소비재수입이 2억6천7백만달러로 지난해동기비 2·6%밖에 안줄었다.
수입개방과 함께 경기가 호전되면 소비재, 특히 불요불급한 소비재의수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지난해 총수입이 2백42억5천만달러로 81년보다 7·2%감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종전에 보기드문 상품이 많이 수입되었다. 물(수)·뱀·식용지렁이·개(견)·흑백TV수상기·볼펜·양탄자·손수건·이쑤시개등 각양각색의 물건이 들어왔다.
「물까지 수입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프랑스에서 1만2천달러 어치(l만7천7백ℓ)가 들어왔다.
기타 특기할 수입품목을보면 산동물로 경주말(수입액 95만6천달러) 칠면조(l만3천달러) 개 (7만5천달러) 뱀(31만2천달러) 지렁이(34만3천달러)등이 수입되었다. 또 북어(8만2천달러) 멸치(3백86만8천달러) 해파리(43만6천달러)도 수입품목에 끼였다.
국산품이 많은데도 면도크림및 샴푸(3천5백39만달러) 화장비누(76만6천달러) 세탁비누(7만7천달러)의 수입액도 무시할수없으며 주로가공수출하는 밍크모피는 1천5백47만달러어치가 들어왔다.

<작년엔 북어도 수입>
외국에선 국산수출품이 인기가 있으나 외제운동화(12만6천달러)도 들어왔고 유리식기류(70만2천달러)의 수입량도 돋보였다.
악기류중 피아노(69만5천달러)수입이 많은것은 이사화물 때문이며 흑백TV수상기(90만3천달러) 침대(8만5천달러) 목제가구(1백만7천달러)는 외제 선호경향이 여전하다.
운동용구중 야구용구(33만9천달러) 낚시대(7만2천달러) 낚시바늘(31만2천달러) 엽총(21만달러), 문구류중 볼펜(5만2천달러) 고무지우개(21만4천달러), 섬유제품중 양탄자(55만7천달러) 손수건(2만3천달러) 숄과머플러(4만6천달러) 브러지어(79만1천달러)등은 무시할수없는 수입액이다.
이밖에 보온병(1백32만9천달러) 이쑤시개(41만9천달러) 옷걸이(17만2천달러) 우표·인지 (2백80만달러) 등나무(6백43만2천달러) 건포도(5백48만달러) 대추(1백70만달러) 생강(6백25만달러)도 꼭 이토록 많이 들여와야 되느냐는 생각이 드는 품목이다.
한 품목으로는 수입액이 크지않지만 「티끌모아 태산격」으로 무역적자의 요인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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