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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등 17종 생약서 신물질 개발 … 성장호르몬 20%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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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키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성장 호르몬 분비를 늘릴 수 있다. [중앙포토]

자녀의 키는 부모의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은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숨어 있는 키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개인별 체질에 따른 맞춤처방이다.

하이키한의원에서 성장 방해 요인을 분석했더니 식욕부진·소화불량 같은 소화기 허약증이 30.4%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폐기능이 약한 호흡기 허약증이 16.8%로 그 뒤를 이었다. 스트레스·불안증 같은 정신건강 허약증은 12.8%, 소아비만은 11.3%였다. 박 원장은 “체질에 따라 맞춤치료를 하면 몸은 건강해지고,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체질별 맞춤처방은 다섯 종류다. 소화기가 약한 아이에겐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 백출·산약 중심의 건비성장탕을 권했다. 폐기능이 약하면 황기를 넣은 보폐성장탕을, 예민한 아이에겐 귀비성장탕을 다려줬다. 인진과 쑥이 들어간 감비성장탕은 비만 아동에게, 율무·곽향을 포함한 조경성장탕은 성조숙증이 병행된 아이에게 처방했다. 성호르몬 분비를 줄이면서 성장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치료법이다.

수면의 질도 영향을 미친다. 성장호르몬의 70%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자고 있을 때 분비된다. 잠만 잘 자도 성장호르몬 최대 분비 횟수가 그렇지 않은 때보다 하룻밤 새 1~2회 늘어난다.

하이키한의원은 가시오가피·천마·두충·우슬 등 17종의 천연 생약에서 추출한 신물질 ‘KI-180’을 개발했다. 생약 추출물은 천연 약재로 만들어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신물질을 임상에 적용한 결과, 키 성장을 돕는 성장호르몬 물질(IGF-1)의 농도를 20% 높였다. 뼈가 자라는 데 필요한 단백질(IGFBP3)도 11% 늘었다. 뼈가 자랄 때 필요한 뼈활성인자도 15% 많이 만들어졌다. 이 연구결과는 2014년 8월 한국식품과학회지에 발표됐다. 박 원장은 2006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성장치료가 필요한 만 8세부터 14세 아동 690명(남 156명, 여 534명)에게 KI-180을 1년 이상 처방해 성장호르몬 변화를 비교 관찰했다. 그러자 치료기간 1년10개월 동안 여아와 남아의 성장호르몬은 치료 전과 비교해 각각 52%, 49.4% 증가했다.

특히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할수록 키도 비례해 성장했다. 박 원장은 치료 결과에 따라 세 그룹(9㎝ 성장, 7㎝ 성장, 5㎝ 성장)으로 나눠 분석했다. 9㎝ 성장 그룹은 성장호르몬이 평균 43.4% 늘었다. 반면에 7㎝ 성장한 군은 31.5%, 5㎝ 그룹은 1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성호르몬 변화도 관찰했다. 사춘기가 오기 전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사춘기가 빨리 시작하는 성조숙증이 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장판이 닫히면서 키 성장이 멈춘다. 박승만 원장은 “성호르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성장호르몬을 촉진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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