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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살해범 한때 "쿠아치 형제 공격 땐 인질 사살"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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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용의자들이 경찰과 대치 중인 프랑스 북동부 다마르탱앙고엘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다. [다마르탱앙고엘 AP=뉴시스]

프랑스 파리 도심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언론인과 경찰 등 12명이 사살당하는 테러가 벌어진 지 딱 이틀 만이다. 파리 안팎 두 곳에서 동시에 테러범 인질극이 벌어졌다. 하나는 파리 북동부 근교 다마르탱앙고엘의 공장에서, 또 다른 인질극은 파리 시내 동부 포르트드뱅센 지역 수퍼마켓에서다. 미국 CNN은 “테러가 프랑스를 집어삼켰다”고 보도했다.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40㎞ 떨어진 인구 8000여 명의 평화롭던 공단마을 다마르탱앙고엘에 중무장 군·경찰 병력 수백 명과 헬리콥터·구급차 등이 몰려들었다. 추격전을 피해 달아나던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가 이날 오전 다마르탱앙고엘 마을로 쫓겨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근 마을에서 한 여성의 푸조 승용차를 훔쳐 달아났고 경찰이 이들을 뒤쫓는 과정에서 총성이 울리는 등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러범들은 마을로 들어온 뒤 공단 지역의 인쇄공장으로 들어가 여성 한 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경찰과 테러범 사이에 협상이 시작됐지만 성과 없이 한 시간 만에 종료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순교자로 죽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테러 군·경찰 병력은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포위망을 좁혀 나갔다. 마을 위로는 5대의 경찰 헬기가 날아다니며 테러범들의 동향을 살폈다. 공장 옆 건물 지붕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됐다.

또 다른 인질극 벌인 여경 살해범들 파리 시내 인질극 용의자 아메디 쿨리발리(32·왼쪽)와 하얏 부메디엔(26). 쿨리발리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용의자와 같은 지하디스트 그룹 소속이다.

 테러범들은 파리 북동부 지역을 탈출구로 택했다. 국제공항인 샤를 드골 공항이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 더 내달리면 벨기에와 독일이 있어 국경을 넘기 쉬운 방향이다. 하지만 이들은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프랑스 경찰이 특공대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바짝 추격했기 때문이다. 테러범들은 파리시 경계에서 북동쪽으로 100㎞ 안팎으로 떨어진 소도시 빌레코트레와 크레피앙발루아·다마르탱앙고엘 등지를 오가며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다.

 이들이 테러 이후 처음 경찰의 감시망에 나타난 것은 테러 발생 하루 뒤인 8일 오전 9시30분. 음식물과 휘발유 등을 구하기 위해 파리 북동부쪽 빌레코트레 마을의 주유소에 들어섰을 때다. 경찰은 빌레코트레·롱퐁 등 인근 2개 마을로 대테러 병력을 투입해 집집마다 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부터 테러범과 경찰 병력의 피 말리는 추격전이 본격화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바로 이 주유소에서 약 10㎞ 떨어진 지역에서 롱퐁 마을로 이어진 지방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러범들은 경찰에 한발 앞서 마을을 옮겨다니며 신출귀몰했다.

 8일 오후에는 빌레코트레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크레피앙발루아에 나타났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타고 온 차량을 버리고 인근 숲속에 숨어들었고 야시경을 장착한 경찰 헬리콥터들이 이날 밤새도록 숲 일대를 수색했다. 9일 인질극이 벌어진 마을 다마르탱앙고엘은 샤를 드골 공항으로부터 북동쪽으로 12㎞ 떨어진 곳이다.

 프랑스 파리 시내 인질극은 다마르탱앙고엘 인질극 대치가 한창인 9일 오후 1시쯤 발생했다. 파리 시내 동부 포르트드뱅센 지역의 코셔(Kosher·유대교 식료품점) 수퍼마켓에서 무장괴한들이 어린이를 포함한 5명을 인질로 잡았고 이 중 최소 2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들은 전날 파리 남부 몽루주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해 20세 여성 경찰관 1명을 살해한 용의자와 동일인물로 추정된다. 프랑스 경찰은 몽루주 사건 용의자로 아프리카계 남성 아메디 쿨리발리(32)와 여성인 하얏 부메디엔(26)을 지목하고 얼굴사진을 공개했다. 이들은 동거관계로, 방탄조끼를 입고 중무장했다.

 쿨리발리는 이날 “쿠아치 형제를 공격할 경우 인질 5명을 사살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날의 몽루주 테러는 본인의 소행임을 시사했다. 프랑스 경찰은 “쿨리발리가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인 셰리프 쿠아치와 같은 지하디스트 그룹 소속이며 아는 사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 지역에 경찰 당국 최고위급을 급파했다. 중무장한 프랑스 특수부대는 이 식료품점을 포위하고 무장괴한과 대치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대테러 작전에 프랑스 전역에서 총 8만8000명의 군·경찰 병력을 동원하고 있다.

파리=고정애 특파원, 서울=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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