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종도 세월 따라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식탁에 오르는 어종이 달라지고 있다. 흔하던 생선이 어획량 감소 등으로 사라졌는가 하면 새로운 생선이 나타나 식탁을 장식한다. 원양어업 덕택으로 먼 바닷고기를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요즈음은 고급 어종의 소비도 늘었다. 반면에 [연평도 참조기] 「영덕 게」 「영광 굴비」 등은 이제는 사라져 가는 명산물.

<어떻게 달라지나>
62년 이후 지난 20년간의 각종 어종의 어획량 통계를 보면 수많은 어종의 부침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종 랭킹을 보면 근래의 왕자는 단연 쥐치. 쥐치는 74년까지만 해도 수요도 없고 생김새도 흉해 어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천덕꾸러기였다.
그러나 소비량으로 보면 으뜸은 명태다. 국내에서 12만t이 잡히고 원양에서 잡히는 대부분이 반입돼 작년 한해의 국내소비는 30여만t. 냉동태의 대량 출하로 동태찌개는 가정에서 나 음식점에서 이제 값싼 메뉴로 변해버렸다. 최근에는 이 때문에 원양회사들이 현지에서 잡히는 명태를 직접 가공, 어묵의 일종인 「맛살」로 개발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밖에 갈치·고등어·멸치는 그래도 꾸준한 대중 어종. 멸치는 그러나 인공감미료의 등장으로 한차례 시련을 겪다가 다시 천연 조미료를 찾는 입맛의 변화에 따라 제자리를 찾았다. 81년 18만t에 비해 작년에는 16만t으로 어획고가 줄었지만 여전히 상위 랭킹이다.
오징어는 생산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인기가 높아 갈수록 비싸만 간다. 예전에는 소주 한 병 값으로 오징어 3마리는 거뜬했으나 지금은 거꾸로 됐다는 것이 농담 좋아하는 술꾼들의 이야기. 대만 등의 수입금지 조처로 수출도 주춤한 상태인데도 술안주 감으로 일반 음식점의 수요가 워낙 많다. 가정에서 맛보자면 자연히 비싼 값을 줄 수밖에 없다. 오징어는 연안해역에 회유량 감소로 울릉도 오징어는 점차 사라지고 원양 출어로 잡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어리가 다시 식탁에 오르고 있다. 정어리는 30년대에 우리 나라에 가장 흔했던 어종. 37년에는 어획량이 l백40만t으로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운 적도 있다. 그것이 이후 30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 작년에는 8만2천t이 잡혔고 그나마 매번 증가추세에 있다.

<사라지는 명산물>
연평도 참조기는 조선조 때부터 맛들여온 특산물. 최성어기인 60년대 초에는 해마다 6천∼7천t이 잡혀 어찌나 유명했던지 옹진 군수보다는 연평도 어업조합장을 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대형동력선의 등장과 저인망 어선의 출현으로 북상하는 참조기를 산란 전에 마구 잡아버리면서 이제는 자취를 거의 감췄다. 명절 때가 아니면, 그것도 잘 고르지 않으면 부세(조기의 일종)를 고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다. 조기가 워낙 인기어다보니 멀리 동지나해에서부터 성장이 안 된 고기를 낚아온 때문이다.
영광 굴비는 5월쯤이면 연평도로 향하는 길목에서 알이 밴 참조기를 낚아 말려 만든 것으로 궁중진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도 최 성어기인 69년에 15t을 생산한 이후 해마다 줄고 그나마 생산이 되자마자 차 떼기로 대량 주문해가 정작 시장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들게 됐다.
일명 왕 게인 영덕 게도 갈수록 씨가 말라 사라져가기는 마찬가지. 75년 무렵만 해도 연간 1백∼2백t씩이 잡혔으나 최근에는 70여t으로 어획량이 뚝 떨어졌다.

<가격과 고급 어종>
수산물처럼 시황에 따라 가격의 진폭이 큰 상품도 드물다. 어황과 상관없이 날씨만으로도 반입량에 변화가 오면 한 달에도 서너 번씩 가격이 뒤바뀐다. 그러나 해마다 오름세가 꾸준하기는 일반상품과 마찬가지. 우선 대중 어종만 꼽아 봐도 고등어는 한 마리 소매에 5백원으로 1년 사이에 1백원, 물오징어는 l천2백원으로 2백원, 조기는 l천3백원으로 3백원이 올랐다. 작년 작황이 나빴다는 김은 이보다 더해 l속에 1천2백원이 뛴 5천원을 한다.
가격은 어종의 수확량과도 관계가 깊다. 그 중의 하나가 맛이 없어 도루묵으로 이름을 되돌려줬다는 도루묵. 입맛이 높아지고 찾는 사람이 없자 어획량은 2천7백t으로 10년 전에 비해 약 10분의 l로 감소했다. 어민들도 싸거나 안 팔리면 안 잡기 때문이다. 대량 양식으로 풍어를 이룬 미역도 형편은 같다. 산후 조리의 산모용으로나 먹는다던 말이 엊그제 같은데 그토록 소비를 권장해도 재고는 쌓여만 가는 실정이다.
광어· 도미· 민어 등 고급 어종은 생활수준이 높아져 찾는 이는 많으나 어획량은 거의 변화가 없어 값만 오르는 생선류.
일식 집의 대량등장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장성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