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충격 감안 시종 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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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설>이 사건은 대검중앙수사부가 큰사건을 수사하면서 단1명의 구속자도 없이 모두 불구속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검찰은 이 사건의 수사착수 당시부터『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모범적인 수사를 하겠다』 는 점을 강조해 결코 수사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었다.
이것은 종전의 수사가 다소 절차상의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인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사건수사 차원이 아닌 정책적 수사일수도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과거 중앙수사부의 전신인 특별수사부때 K대총장을 연행했다가 2박3일만에 귀가시켰고 H그룹의 정모씨를 구속했다가 불구속기소한 일을 놓고도「검찰의 명예」가 논란이 됐던 것을 생각하면 구속자1명도 없는 이번 사건의 관련자신병처리는 가히 혁신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다른 사건처럼「양파껍질을 하나씩 벗기듯」 진실을 밝히는 수사였다기보다는 이미 다른 기관에서 다 벗겨놓은 것을 요리만 하는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감사원과 경찰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자료를 토대로 형사처벌 대상자를 선정하고 적용 죄목을 결정한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발표문을 통해 관련된 회사대표등의 구속도 검토했으나 수많은 종업원의 생계와 전체 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등 정상을 참작, 불구속저리가 온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뇌물을 준 거물급인사를 불구속하면서 뇌물을 받은 토지개발공사 간부만을 구속한다는 것도 생각할수 없는 일로 형사처벌대상과 방법을 두고 검찰이 진통을 겪었을 것은 당연한 일.
다만 지난해 50만원을 뇌물로 받은 서울시청의 어느 국장이 구속 기소됐던 것과 비교하면 「형평」에 대한 논란은 있을수 있겠다.
이번 사건의 경우 단순한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4개기업이 재매입안 부동산의 계약해제 또는 토개공으로의 환원등 강력한 경제적 응징이 뒤따른 것이 특징, 검찰은 범죄의 성질상 체형이 주는 효과보다 이와 같은 제재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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