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북한발 해킹에 대한 미국의 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이번 신년 휴일에 영화 ‘인터뷰’를 봤다. 과장이 심한 풍자극이지만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북한 정권이 불쾌감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위협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생방송 TV 인터뷰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북한 지도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국민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돈을 씁니까?” 비록 코미디 영화지만 이 질문은 북쪽의 아픈 데를 찔렀다.

 소니픽처스 해킹 이전에는 세계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과거에 한국 기업과 보수 언론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초보적인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3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이 화염에 휩싸인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중학생 수준의 프로젝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협을 느꼈다기보다 그저 웃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픽처스 해킹의 근원지가 북한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의 가치에 대한 공격, 미국의 비즈니스에 대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 북한의 이번 해킹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니 해킹은 북한이 가장 최근에 선보인 비대칭능력(asymmetric capabilities)이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해 장거리미사일,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비대칭능력을 장기적으로 개발해 왔고 상당한 진전을 이뤘음을 증명했다. 북한은 지난번 탄도미사일 실험에서 성공적으로 탑재체(payload)를 궤도에 올렸다. 북한은 또 다음 핵실험에서 새로운 기술적인 진보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만 쓰이는 언어를 구사했다. “우리가 선택한 장소와 시간”에 따라 “비례적으로(proportionately) 대응”하겠다는 의미는 해킹이 처벌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며 중대한 조치가 취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치의 가장 즉각적인 요소는 해킹을 저지른 범인들과 그들을 도운 제3국 사람들이 누구인지 조사해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가능성이 큰 조치는 동맹국들과 사이버 분야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받은 바 있는 미국과 한국은 최근 사이버 방어와 관련된 양자 대화에 착수했다. 이를 확장해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대화에 포함될 수 있다. 베이징은 미국에 최대의 사이버 위협이다. 또 사이버 분야에서 미·중 간 대화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을 해킹할 가능성은 미·중 사이버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릴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지만 가능성은 작다. 오바마는 이번 해킹에 대해 ‘사이버 테러’ 대신 ‘사이버 반달리즘(vandalism, 문화·예술 파괴 행위)’이라는 표현을 썼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용어 선택은 그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려고 시도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신빙성 있는 증거다.

 이러한 표준형 대응 말고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보복 해킹은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는 북한에 1만2000대 있는데, 이들 모두를 하나하나 외부에서 식별하는 게 가능하다. 파괴의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을 난처하게 만들 내부 문건을 빼내올 수도 있다.

 최근 북한에서 인터넷 불통 사태가 발생했지만, 올바른 비례적인 대응은 북한을 세계로부터 차단하는 게 아니다. 북한을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로 범람시키는 게 옳은 대응이다. 유엔 총회는 최근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허구에 불과한 영화의 상영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이 아주 별난(outrageous) 조치를 취한 것을 보면 북한이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과 정보를 통제하는 것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은 불법 무기·마약 거래, 화폐 위조, 핵확산에 추가해 이제 사이버 범죄에까지 손을 댔다. 하지만 자국민에게 정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최악의 인권 유린이다.

 라디오 방송, DVD, USB 등을 통해 외부 세계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갈증을 풀어 주는 작업이 해킹 보복에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최고의 비례적 대응은 현재 북한에 있는 200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컴퓨터·태블릿PC를 통해 모든 북한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외부 세계에서 고안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은 앞으로 사이버 공격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할리우드가 할 일은 무엇인가. 북한 사람들의 인권 옹호를 위해 할리우드가 나서야 한다. 할리우드의 스타들은 많은 숭고한 대의를 위해 헌신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현대사에서 가장 폭압적인 정권 중 하나인 북한 정권 치하에 살고 있는 2200만 명의 북한 사람들을 위해 도우려고 시도한 이는 없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