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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별 볼 일 있는 날] 순수와 성숙 사이 여심 훔친 '신비남' 이종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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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진 전소윤(STUDIO 706)]

갑자기 TV드라마에 기자들 얘기가 많아졌다. 보도 성향이 다른 두 방송사 보도국을 무대로 한 SBS ‘피노키오’, 역시 방송기자·인터넷기자들이 주인공인 KBS ‘힐러’ 등이다. ‘기레기’니 뭐니 하지만 언론의 제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이 중 ‘피노키오’는 2013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로 주목받은 박혜련 작가·조수원 PD가 다시 손잡은 드라마다. 법정·스릴러·미스터리에 로맨스를 가미한 ‘너목들’처럼 언론 현실과 로맨스를 맞물려 호평받고 있다. ‘너목들’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종석(26)은 여기서 한 단계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상업주의 언론의 희생양이었다가 복수를 위해 기자가 되고 진실을 밝혀내는 최달포 역이다. 대중적인 화법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과하지 않게 녹여내는 박혜련 작가의 페르소나답게, 소문난 연기파는 아니지만 대중에게 친숙한 연기를 공감가게 해내는 TV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010년 ‘시크릿 가든’(SBS)으로 처음 존재를 알린 이종석은 최근 가장 ‘핫’한 배우 중 하나다. 다작에 연속 안타행진이다. 2013년 ‘학교2013’ ‘너목들’, 2014년 ‘닥터 이방인’ ‘피노키오’까지 두루 히트시키는 흥행파워를 과시했다. 영화도 2011년부터 3년간 5편이나 된다. TV만한 빅히트는 못 쳤지만 왕성한 행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김수현, 이민호, 김우빈과 함께 ‘한류 4대천왕’으로 꼽힌다. 중국 한류 위기론이 무색하게 ‘피노키오’는 중국 동영상사이트 ‘유쿠·투도우’에 회당 28만 달러(약 3억1000만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다. 지난해 12월 30일 두 사이트의 ‘피노키오’ 조회수는 4억 뷰를 넘어섰다. 이종석은 중국 포탈 사이트 ‘바이두’의 배우 순위에도 연일 상위권에 올라있다.

 모델 출신의 대표주자인 이종석은 중학교 2학년 때 패션쇼 백스테이지에 몰래 들어갔다가 디자이너 장광효의 눈에 띄어 다음 해 서울컬렉션의 최연소 남자 모델로 데뷔했다. 이때부터 줄곧 때묻지 않은 소년과 청년이 공존하는 경계의 이미지로 주목받아왔다. 같은 모델 출신인 안재현 등과 함께 일명 ‘소금남’으로 불린다. 큰 키와 작은 얼굴, 늘씬한 팔다리는 기본이고 하얀 피부, 깊고 유혹적인 눈매 등이 여자보다 예쁘고 매혹적이라는 뜻이다.

 얼핏 비현실적이거나 중성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투명한 외모 탓일까. 데뷔 이후 그는 줄곧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가 발굴한 천재 뮤지션으로 나왔고 ‘너목들’에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닥터 이방인’에서는 한 눈에 병을 찾아내는 천재 의사였다. 굳이 초능력자가 아니더라도 늘 정체가 모호하거나 깊은 사연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학교’의 상처 많은 고남순, 제 신분을 감추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피노키오’의 최달포가 그렇다. 조선조 관상가 송강호의 아들로 나온 영화 ‘관상’에서도 끝내 시력을 잃는 비극적 운명을 살았다.

 이런 그에게 ‘피노키오’는 연기 경력의 전환점이 될 드라마로 보인다. 실제로도 절친인 김우빈과 남남커플로 나온 ‘학교’나 ‘너목들’로 각인된 교복 차림의 미소년·순수한 연하남 이미지에 모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덧입혔기 때문이다. 물론 박신혜와의 ‘식빵키스’ 등 애틋한 판타지를 담은 장면들이 여전히 여성팬들을 사로잡지만, 가슴에 쌓은 울분을 터트리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강렬한 감정연기도 새롭게 눈길을 끌었다. 이 드라마 전반부에도 이종석은 교복을 입고 등장하지만 예의 미소년이라기보다 더벅머리의 촌스러운 모습이었다.

 고선희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는 “이종석은 곱상한 외모 때문에 오히려 연기력이 저평가된 대표 배우”라며 “정극, 장르물, 트렌디, 코미디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묘한 진정성으로 연이은 안타를 치고 있다. 소년과 청년 사이에 있지만 불안하지 않고 상큼한 것도 매력”이라고 평했다. 이종석은 지난 연말 ‘피노키오’로 드라마 촬영감독들이 주는 배우상인 ‘2014 그리메상’ 최우수 남자연기자상을 받았다. 수상자를 까다롭게 고르는, 27년 그리메상 사상 최연소 남자 최우수상이다. 그간 수상자는 조재현, 이성민, 차승원, 소지섭, 장혁, 김명민, 송일국 등이다. 그의 새로운 성장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양성희 문화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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