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이젠 조용히 살겠다" 정윤회 "오명 벗어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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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유기홍 대변인을 통해 “검찰의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 수사 결과는 정윤회씨와 청와대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왼쪽은 이석현 국회부의장. [김경빈 기자]

‘정윤회 동향 문건’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박지만 EG 회장은 5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접하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공식 입장을 냈고, 박 회장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정씨는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검찰 수사에 의해 진실이 밝혀져 희대의 국정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너무나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인 저로서는 이 사건을 교훈 삼아 뜬소문과 허위 정보, 이에 편승한 편향된 보도로 다른 사람을 음해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는 일이 근절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씨는 “검찰 수사 결과 제가 국정에 개입했다거나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요지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의 문건은 모두 허위임이 판명됐다”며 “문건과, 문건 등을 보도한 일부 언론으로 인해 지난 3월부터 10개월여 간 차마 견디지 못할 정도의 고통을 겪어 왔다. 앞으로 남은 의혹사항에 대해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는 정씨는 이날도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 회장은 입장 발표도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법률대리인인 조용호 변호사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박 회장은 이날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에게 “이제는 그냥 조용히 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지인은 “그 의미에 대해 짐작은 가지만 제3자인 내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할 입장은 못 된다”며 “박 회장은 그저 ‘이제 조용히 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반응이 다른 건 검찰 수사 결과가 상당 부분 정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분석했다. 정씨는 문건 파문 초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십상시(十常侍) 회동’은 사실무근”이라며 문건 작성의 배후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목했다. 지난해 12월 2일엔 “박 회장도 지금 억울하게 개입이 되고 있다. 주변에서 허위 정보와 허위 문건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 파문의 또 다른 당사자들인 청와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3인방’은 검찰 수사 발표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세 비서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잘못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세 사람에 대한 문책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인사를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인사도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글=이가영·허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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