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받지 못한 김주성 '역대 2위' 리바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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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지난 4일 고양에서 열린 프로농구 동부와 오리온스의 경기.

 동부 김주성(36)이 종료 1초 전 골밑에서 공을 낚아챘다. 역대 통산 리바운드 공동 2위(3829개)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리바운드 통산 1위는 서장훈(5235개·은퇴)이다. “리바운드는 의지”라고 밝힌 김주성이 2002년부터 13시즌간 꾸준히 뛰며 이뤄낸 값진 기록이다. 하지만 별도의 축하 행사는 없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다르다. 지난달 15일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37)가 미네소타와의 원정 경기에서 통산 득점 3위(3만2293점)로 올라서는 순간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양팀 선수들은 브라이언트와 포옹하며 축하를 건넸고, 미네소타 구단주는 브라이언트에게 공을 선물했다.

 2011년 2월 보스턴 소속 레이 앨런(39)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레지 밀러(50)를 넘어 개인 최다 3점슛(2561개) 기록을 세우자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TV 해설을 맡았던 밀러는 앨런을 얼싸안고 축하해줬다.

 국내 프로농구 선수들은 연일 새 역사를 쓰는데 프로농구연맹(KBL)은 평가에 인색하다. 김주성은 오리온스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땀 흘린 기록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래야 후배들이 책임감을 갖고 기록에 도전할 것 아닌가”하고 쓴소리를 했다.

 SK 주희정(38)은 지난달 22일 LG전에서 프로농구 최초로 9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18시즌 동안 단 10경기만 결장하며 쌓은 금자탑이었다. KBL은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특별시상을 했다. KBL은 출전 500경기, 득점 5000점, 리바운드 3000개 단위만 시상한다. 주희정은 “나는 지나간 선수지만 후배들에게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500경기 출전 이후 100경기 단위로 시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6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리바운드 1개만 추가하면 이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렇지만 KBL은 “주희정의 900경기 출전은 최초 기록이라 특별시상을 했다. 김주성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라 특별시상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역대 리바운드 1위도 아닌 2위 기록인데 상까지 줘야 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는 격려와 함께 간단한 이벤트만 해 줘도 선수들은 감동할 것이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당시 캐치프레이즈가 ‘영원한 승부, 뜨거운 감동’이었다. 선수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KBL이 팬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박린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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