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팀 도청 대상자 명단 조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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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정원(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안기부의 불법 도청조직인 '미림'이 정.관.재.언론계 인사들의 대화를 도청한 실태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구치소에 수감 중인 공운영(58) 전 미림팀장 등을 소환해 미림팀의 불법 도청이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초기에는 불법 도청의 실태를 대충 조사했는데 앞으로 위법행위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많은 시간을 그 부분에 할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태 조사가 공씨 집에서 압수한 불법 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을 조사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불법 도청이 서울 시내 한정식집 몇 곳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 몇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방침이다.

특히 실태 조사 과정에서 미림팀의 도청 대상이 된 정.관.재.언론계 고위 인사들의 만남이 드러나고 이들의 명단이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 명단을 토대로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 방식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 명단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유력 인사들의 출입이 잦은 서울 종로구와 여의도 일대 B.Y.M 한정식집 주인과 지배인 등 수십 명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안기부의 요청에 따라 주요 인사들의 예약 상황을 알려주고 불법 도청에 관여 또는 묵인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 결과 구체적 사례들이 밝혀지더라도 미림팀의 활동 자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공소시효(당시 5년)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다. 검찰은 "기소내용에 포함되느냐를 떠나 (불법 도청 실태는) 굉장히 중요한 국민적 관심사이며 국가 기관의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이날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 도청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 10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의 불법 도청 사례들을 근거로 이를 지시한 인물과 도.감청 대상자가 누구였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당시 국정원장 및 차장급 인사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참여연대가 고발한 삼성그룹의 1997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 검찰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학수(59) 부회장과 김인주(47) 사장을 지난달 초 출국금지한 것으로 이날 밝혀졌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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