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용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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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안일을 거의 끝내고 시간을 보니 아들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자기반 아이들이 모두 부모에게 한달치 용돈을 정해서 받고 있으니 저도 용돈제로 해달라고 하도 졸라 필요할 때마다 엄마가 사주던 방식을 바꾸어 오늘 아침부터 아빠한테 용돈을 받아 우선 시험적으로 1주일 단위로 받기로 했다.
백원짜리 동전 몇개를 받아 쥔 아이는 너무 좋아서 주머니에 넣으라고 해도 구태여 양손에 넣고 흔들면서 학교에 갔다. 친구들보다 훨씬 늦게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 어느덧 국민학교 3학년이 되니 이것저것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큰 과제처럼 다가온다.
그래 학교간 사이 슬쩍 책상속 검사도 해보고 무식한 엄마처럼, 바보스런 질문도 해보고 엄마의 쉴 사이 없는 눈초리에 혹시 반감을 품을까봐 무심한 체도 하며, 국어맞춤법이 시원찮은 녀석에게 독서의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하다 못해 월간지라도 읽을 땐 꼭 아이방에 가서 읽는다.
『다녀왔읍니다.』대문을 밀어젖히며 들어오는 아이에게 약간의 흥분을 느끼며 다가갔다.
『너 엄마하고 약속한 대로 꼭 필요한 것만 쓰고 수첩에 적었지?』나는 내심 아이가 지출과 수입의 반비례에 재미를 느끼고 오늘 첫 용돈을 잘 조절해 주면 다음주에는 용돈을 조금 인상해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아니야 오늘 그 돈 다썼어. 친구들과 핫도그 다 사먹었어. 용돈이 너무 적단 말야』
아이의 얼굴은 당당하고 천진스러웠다. 이럴 때의 응징책을 미리 마련해 놓지 못한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떤 배신감에 벌컥 화를 냈다.
생각 끝에 무엇보다도 먼저 아이에게 돈의 적절한 관리법부터 습득시켜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아이의 1주일분 용돈을 주며 돈쓰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영숙<서울 강동구 둔촌동 77의85 1통6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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