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데이터 저널리즘의 힘 보여준 ‘중국인의 땅 사재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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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호 30면

지난해 12월 28일자 중앙SUNDAY에선 송년호답게 14, 15면의 ‘사자성어와 숫자로 돌아본 2014 대한민국’이 시선을 잡았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실패하여 개와 비슷하게 되었다는 묘호류견(描虎類犬), 나무에 오르게 하여 흔든다는 권상요목(勸上搖木) 등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적합하게 지적해 공감가면서도 씁쓸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매달려 공전을 거듭한 우리나라 국회 일수가 150일,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에 53년이 소요되었다거나 개성공단 가동 10년에 북한 근로자가 무려 5만3000여 명, 만화 ‘미생’의 판매가 220만 부를 넘어섰다는 점 등에 주목하게 됐다.

사실 숫자나 사자성어 등으로 한 해를 정리하는 건 다른 언론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중앙SUNDAY는 딱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으로 깔끔하게 지난 1년을 정리해 가독성을 높이면서도 차별화에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6면 ‘현실이 된 사이버전쟁’은 한국수력원자력 해킹으로 원전 설계도와 임직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한국과 중국 양국의 사이버범죄 사법공조가 협의되는 시점에서 우려되는 사항을 적시에 상세하게 제시했다. 북한 김정은을 풍자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 상영을 둘러싸고 시작된 미국과 북한의 사이버 전쟁이 엉뚱하게도 우리에게로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심대한 피해를 보았음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은 약 6000명의 사이버전 전력을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서 사이버공간을 자유자재로 활보한다고 한다. 사이버 전쟁과 테러는 저비용 고효율의 비대칭 전력의 핵심이다.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현실과 국가 차원의 대응 방향도 향후 분석해 주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번 호 가장 눈길을 끈 건 중국인의 한국땅 사재기였다. 1면과 4, 5면에 걸쳐 배치했다. 중국인의 국내 소유 토지가 여의도의 1.4배에 달하는 362만 평으로, 올해만 67%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현재 면적의 두 배인 전 국토의 0.025%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기사는 정밀하고 과학적이었다. 전국 262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했으며 3개월에 걸쳐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다양한 분석기법 활용으로 자료의 신뢰성을 한층 높인 것도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다만 중국인의 국내 땅 소유가 향후 우리 정치·경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도 함께 제시했으면 더욱 읽을거리가 풍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8면엔 역사서 『광복 1775일』을 펴낸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인터뷰가 실렸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남북의 인식 차를 극복하기 위해 10년에 걸쳐 작업했다고 한다. ‘땅콩 회항’으로 재벌에 대한 국민적 원성이 비등해지는 시점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했다.



한광문 예비역 육군소장.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기조실장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국가위기관리의 법적·제도적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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