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70%이상이 주주…노사 아닌 노노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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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회사는 노사협의회라는 것이 없습니다. 대신 노노(노노)협의회가 있지요』자신도 월급을 받는 근로자이기에 사용자란 말을 쓸수 없다는 조크로 말문을 연다.
유한양행사장 박춘거(박춘거)씨(53)-.
근로자의 날에 근로자가 아닌 큰 회사 경영인으로 온탑산업훈장을 받아 눈길을 모았다.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노사관계에 모범을 보인 공로다.
『과거에 잘했다는 칭찬이 아니라 앞으로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여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는 다짐이다.
유한양행 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과 유지(유지)를 다소나마 실현한 듯 해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표. 유한도 그런 기업의 하나다.
그러나 이윤의 추구를 위해 결코 다른 가치를 내버리지 않는 윤리, 이것이 다른 기업과 다른 유한의 특색이다.
성실하게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보건에 이바지하고, 수입만큼 정당한 납세로 국가경제에 응분의 몫을 다하며, 남는 이익은 종업원과 널리 사회에 환원하는 것.
기업윤리의 이상을 유한은 앞장서 열심히 실천해온다.
1천3백명의 유한사원 중 9백45명이 주주다.
회사의 고용인이면서 주인인 것. 승진·근속·선행표창때는 무상으로 회사주식을 나눠주는 관례를 계속해온 끝에 많은 사람은 1만 5천주까지 회사주식을 갖고 있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점에서 유한은 「노노협의」라기보다는 「이사협의」를 하는 회사인 셈이다.
주인 사원들에 대한 회사의 후생 복지제도도 보기 드문 것이다.
무엇보다 말단 청소윈·수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들의 자녀 교육을 회사가 책임지고 있다.
중학교에서 대학까지 학비가 전액 지급된다.
점심은 무료제공. 통근차량·사내오락시설·새마을금고·구판시설 등 사원들은 생활의 각방면에서 주인대접을 일삼으로 받는다.
그런데도 전체 회사지출에서 복지후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미만. 유한의 탄탄함을 느끼게 하는 한편 다른기업의 엄살이 드러난다.
『하느라고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박사장의 말은 겸사만은 아닌 것 같다.
사고가 없는한, 유한 종업원은 쫓겨날 걱정이 없다. 평생고용 이사규로 보장되어있다.
불황의 어려움속에도 연 30% 매출신장과 51%의 수출신장을 달성한 유한의 저력은 바로 주인사윈·평생고용·완벽한 복지에서 솟는 듯 했다.
유한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창립된지 57년입니다. 장기근속자가 많은데 그중에는 이같은 평생 고용제도를 악용, 무사안일에 빠지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가슴아픈일입니다』
그러나 부분적인 결함 때문에 바람직한 좋은제도를 버릴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뱄다.
좋은제도를 더욱 보람있게 하는 조직원의 자기노력이 아쉽다는 지적일 따름이다.
유한은 해방이후 도맡아오던 제약분야 매출1위의 자리를 5년전부터 내놓았다.
2위로 내려앉았다. 이것도 어쩌면 유한의 기업윤리에 충실한 결과다.
드링크를 어떻게 약이라고 파느냐는 고 유박사의 뜻에 따라 유한은 그렇게 잘팔리는 「설탕물」을 고집스럽게 만들지 않고 있다.
『많이 파는 것도 좋지만 얼마나 좋은약을 만들어 파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박사장은 웃으며 반문했다.
79년 사장으로 선임돼 5년째. 언제나 사장실문을 열어놓고 말만 사원·청소부·수위까지기탄없이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물질적 보상이 전부가 아니고 서로 믿는 사랑이 최고』라고 했다.
71년 3월 돌아가며 50억원 상당의 재산을 가족대신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넘긴 유일한 박사는 믿을만한 후계를 얻은 것같다.
한때 장면국무총리 비서관을 지내기도 한 박사장은 부인 박한경여사(정)와의 사이에 딸만셋.
취미는 그림과 골프. 가훈도 유한양행 사장답게 『우리는,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게 서로를 믿으면서 정직하게 살자』다.

<유한양행사장>
박춘거씨
약력 ▲ 1929년 진주생 ▲ 1948년 경남진주고졸 ▲ 1952년 부산상대졸 ▲ 1952∼1958년 미국동 사령부 정보국 작전보좌관 ▲ 1953년 미대통령 자유훈장 ▲ 1960년 국무총리 비서관 ▲ 1961년 미3MC 한국지 사장 ▲ 1978년 유한양행 사장 보좌역 ▲ 1979년 유한양행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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