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는 여객기 황금시장〃|미·불 제작사들, 치열한 판매전쟁 벌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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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항공기제작사들이 항공기잠재구매시장인 아시아국가룰 대상으로 최근 불꽃튀는 판매전을 벌이고있다.
최근 몇 년 간의 세계경제불황에 따른 항공시장의 침체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항공기제작사들은 새로 개발한 항공기 시승회를 앞다퉈 갖는데 이어 외교압력도 동원하는 등 판매전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보잉사의 신형제작기 보잉757기가 한국에 첫선을 보인 이래 한국시장을 다녀간 신형기만도 4대.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DC-슈퍼80기가, 지난달 16일에는 보잉767기가 방한한데 이어 3일에는 유럽6개국 공동참여의 에어버스사가 새로 제작한 A-310기가 김포공항에서 시승회를 가졌다.
이 같은 신형 제작기들의 잇단 방한은 노선확장과 보유항공기 추가도입을 꾀하고 있는 아시아국가의 항공시장이 현재로선 마지막 남은 판로라는 판단에 따른 것. 모 제트항공기의 대명사인 보잉707기나 727기가 노후기를 맞아 대체할 시기가 가까워 졌다는 점도 이면에 깔려있다.
특히 좌석수 2백10∼2백60석의 같은 중·단거리형으로 개발한 보잉767기와 A-310기는 아시아시장의 판로를 놓고 서로 상대의 목을 죄는 혈전을 벌이고있다.
이 때문에 A-310기의 형뻘인 A-300기를 8대나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을 대 고객으로 삼고있는 에어버스사는 이번 방한 기간중 대한항공의 환심을 사는데 여념이 없다.
다른 신형기의 방한때와는 달리 3번씩이나 시승회를 가질 예정이고 마침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함께 온 사장의 생일이 겹치자 대한항공 등 항공관계자를 제주도로 초청, 생일파티를 열 계획까지 세워 놓고있다.
에어버스사로서는 지난해 판매실적이 81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대에 불과하고 9대는 재고품으로 격납고에 재워둔 실정이어서 대한항공에서 구매를 해줄 경우 다른 항공사에도 판매파급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에 개발된 신형 제작기들은 연료절감이나 운항경비 절감면에서 대동소이하다.
747점보기나 DC-10기 등 이전의 항공기가 4발 혹은 3발 엔진인데 비해 쌍발엔진에 주익을 특수제작, 연료를 절감하고 조종기기를 컵퓨터화 해 조종사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따라서 성능이 비슷한 항공기를 한발 앞서 판매하려는 항공기제작사들은 판매가격에서 덤핑을하는가하면 국력을 동원, 차관제공으로 유혹하거나 외교적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A-310기와 보잉767기의 판매를 놓고 양 제작사간의 가장 치열한 접전지역은 태국. 81년 에어버스사에 A-300, 600기 2대를 주문한 타이 인터내셔널 항공은 지난해 3월 에어버스사로부터 엔진제작관계로 84년9월로 예정된 인도기일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틈을 이용한 보잉사는 연료절감효과가 뛰어난 767기의 구입을 권했고 이 사실을 안 에어버스사는 같은조건이라면 A-310를 기한 내에 인도하겠다고 제의했다.
타이 인터내셔녈 측이 보잉767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하자 에어버스사는 계약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고 한편으론 4천5백만달러의 A-310기 가격 중 1천만달러를 깎아주겠다고 권했다.
이와 함께 에어버스사에 참여하고있는 영국·서독·프랑스도 태국정부에 외교적 압력을 가했고 프랑스는 차관제공의 미끼까지 던졌다.
그 결과 타이 인터내셔녈 측은 보잉사와의 구매계약은 일만 유보시켰다.
이 같은 접전은 보잉사가 이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29대의 767기 구매계약을 맺은데 비해 에어버스사는 첫 구매계약을 맺는데서 기인된 것.
또 싱가포르 항공에서 올해 6억 달러의 예산으로 10∼12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고 중공도 올해 신형기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항공기제작사간의 아시아지역 판매전은 더 치열해질 것 같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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