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은 유엔 안보리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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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자회담 타결로 북한 핵 문제는 큰 고비를 넘겼다. 남은 것은 이란 핵 문제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평화적 핵 에너지 이용권을 강조하며 우라늄 농축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미국과 함께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3개국은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이란 핵, 안보리 회부될까=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열렸다. 미국과 EU 3개국은 2~3주 동안 계속될 이사회에서 이란 핵 문제를 안보리로 넘기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로이터.AP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프랑스.독일 대표들이 18일 결의안 초안 작성 문제를 논의했고, 미국이 이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안보리 회부 결의안이 IAEA 이사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란의 입지는 크게 좁아지는 반면 미국 등의 주장에는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유엔이 이란을 제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안보리로 가면 우린 즉각 우라늄 농축을 시작할 것"이라며 "IAEA가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바란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결의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재 35개 IAEA 이사국 중 20개국 정도가 미국과 EU 3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중국과 인도 등 일부 핵 보유국이 안보리 회부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결의안이 쉽게 처리될 가능성은 없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미국 TV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제재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결의안 통과 여부는 앞으로 2주쯤 지나야 알 수 있다는 것이 IAEA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 사이 이란과 EU 3국은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미국 등은 표 대결을 해서라도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서방 자극한 이란=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7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타국이 '강요와 위협의 언어'로 자신들의 의지를 이란에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란은 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전면 재고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라늄 농축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의 민간 기업 등이 핵 농축 작업에 참여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미국 등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안보리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프 두스트 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젠 안보리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란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똑똑한 인간이라면 자신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방의 제재에 석유로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란 핵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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