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에어백…자동 에어컨…중형급 트렁크 '소형차가 알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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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만 작고 편의 장치는 중형차 수준인 '프리미엄 소형차'의 인기가 높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600㏄이하 소형차의 올 판매량은 지난달말까지 13만31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6.4% 늘었다. 특히 마티즈 등 일부 차종의 경우 옵션을 모두 장착한 최고급형이 판매량의 70%에 이르고 대부분의 프리미엄소형차는 전자식브레이크.원터치 윈도우.전자동 에어컨 등을 기본으로 갖췄다. 소형차 내수 판매는 1994년 64만대를 정점으로 중형차.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밀려 줄곧 고전 했었으나 이젠 고급 성능을 앞세워 준중형차 시장을 넘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서 고객들이 고급형 소형차로 눈을 돌린 결과다.

자동차 업체들도 이같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고급형 소형 신차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대차가 14일 발표한 베르나는 실내 공간을 준중형급으로 늘리고 디자인을 스포티한 유선형으로 바꿨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고급형의 경우 조수석 에어백과 시트 열선은 기본으로 내장됐다. 중대형차에나 볼 수 있는 좌우 커튼식 에어백과 전동식 선루프를 옵션으로 달 수도 있다. 정몽구 회장은 이달 초 베르나 품평회에서 "그랜저나 쏘나타 등 중.대형차뿐만 아니라 소형차도 미국.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도요타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품질을 갖추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GM대우차가 이달 초 칼로스 후속으로 내놓은 '젠트라'도 중형차를 뺨친다. 1500㏄급이지만 트렁크 용량은 350ℓ로 준중형급 이상이다. 뒷좌석을 접을 수 있게 설계해 적재 공간을 넓혔다.

이 차는 기존 중형차 옵션이었던 디지털식 전자동 에어컨과 스위치를 한 번만 누르면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원터치 파워 윈도'를 기본으로 달았다.

르노삼성차가 지난달 내놓은 소형차 'SM3 뉴제너레이션'은 월 3000대 가까이 팔릴만큼 인기다. 전면 디자인이 아우디와 닮았다는 평을 받는 이 차는 시속 40㎞ 이상이 되면 모든 도어가 자동으로 잠기는 '속도 감응 오토 도어록'과 차량 뒤에 장애물이 가까이 다가오면 경고음이 발생하는 후방 경보장치 등 중형차 수준의 내장을 했다.

이에 앞서 기아차가 지난 5월 선보인 프라이드 디젤 모델은 실내 공간은 준중형급인데다 동급 최고수준의 연비를 기록하며 월 1500대 정도 팔리고 있다. 수입차인 BMW의 미니(배기량 1600㏄)는 3000만원대 가격에도 지난달까지 300대가 넘게 팔렸다. 폴크스바겐의 2000㏄ 소형차인 골프와 뉴 비틀도 월 평균 80대 이상 팔린다.

소형차 바람은 SUV에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소형 프리미엄급 SUV 액티언을 다음달 출시한다. 이 회사 정무영 팀장은 "연비가 좋은 소형 SUV 시장이 좋아 2.0ℓ 친환경 디젤엔진에 5인승으로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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