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탈선 「도둑놀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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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난이나 심심풀이로 도둑질을 하는 청소년비행의 새로운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재물이 탐나거나 도벽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훔치는 재미를 맛보거나 「도둑놀이」를 즐기기 의해 범행한 것으로 밝혀져 청소년지도에 새로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27일 하오4시30분쯤 서울S여중2년 이모양(14) 등 동급생 5명이 서울 천호2동 317의19 송명호씨(31·여) 집 창문 앞에 놓인 요구르트를 훔쳐 마시려고 담을 넘어 들어가 건넌방에 있는 미니카 등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일부는 장롱 등을 뒤지려다 2층에서 소란한 소리를 듣고 달려온 송씨에게 이양은 붙잡히고 나머지 여학생은 달아났다가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이날 낮 12시쯤 이양 집에서 만나 2시간쯤 팔뚝 때리기 화투놀이를 하다 시들해지자 밖으로 나와 골목길을 돌아다니던 중 송씨집 앞에서 이들 중 조모양이 『저것이나 꺼내 마시자』고 제안, 친구들의 발받침으로 1.5m쯤의 담을 뛰어넘어 대문을 연 뒤 5명이 모두 들어갔다.
이들 중 조·채모양은 편모 슬하이나 이양 등 나머지 3명은 중류이상의 정상가정의 자녀들이다. 서울 강동경찰서에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된 이들은 경찰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들어가 봤다』고 진술했다.
▲28일 낮12시40분쯤 서울 봉천5동산10l 이분임양(19·공원)의 자취방에 이웃집에 사는 성모군(15·K중2년)이 들어가 이양의 핸드백과 돼지저금통을 뒤져 1만2천5백원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성군은 돈을 훔친 뒤 방안에 걸어놓은 이양의 블라우스·바바리코트 등 의류 6점을 가위로 잘라 못쓰게 만들어놓고 샴푸를 이불 위에 쏟아놓는 등 짓궂은 짓을 하고 나오다 이웃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성군은 경찰에서 『방학 중 심심해서 장난 삼아 이 같은 짓을 했다』고 말했다.
성군은 아버지가 회사원으로 생활은 중류층이다.
▲지난달 4일 하오4시쯤 서울 거여동 거여국교 교실에 이 동네 강모군(15·A중3년) 등 4명이 들어가 모나미볼펜 1다스 등 9천7백20원어치의 물품을 훔쳐 나오다 숙직교사에게 불들려 경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모여 놀다 한 친구가 『학교나 털어볼까』라고 제의해 따분함을 느끼던 김에 재미있을 것 같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대 김재은교수(교육학)는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적 의식수준이 낮아졌고 자국면역도가 높아져 상당히 높은 정도의 자극이 없으면 쾌감을 느낄 수 없는 쇼킹사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양대 김요경교수(여·교육학)는 『청소년들, 특히 여학생들이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장소·기회·방법이 없는데서 빚어진 현상』이라며 『전인적인 인간교육을 소홀히 하는 요즘의 학교교육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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