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지도 마시지도 권하지도 말자" 의원 43명 창립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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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폭소클럽(폭탄주 소탕클럽) 창립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김희정·진수희 의원,코미디언 김형곤씨, 한나라당 박진 의원,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 한나라당 김형오·최구식 의원. 김형수 기자

국회에 '폭소클럽'이 창립됐다. 개그 모임이 아니다. '폭탄주 소탕'에 나선 국회의원 클럽의 줄임말이다. 14일 국회에서 창립 총회를 한 클럽에는 여야 의원 4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창립 총회에서 "정치가 건강할 때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며 '국민께 드리는 폭소클럽의 약속'을 발표했다. 약속은 '폭탄주는 만들지도, 마시지도, 권하지도 않는다' '폭탄주는 물론 폭음, 술 강요하기, 술잔 돌리기 등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 추방에 앞장선다'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맑고 깨끗한 청정정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세 가지다.

정회원은 아니지만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 김종빈 검찰총장,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 국제지료센터 소장 등 20여 명도 클럽의 폭탄주 척결 캠페인에 동참키로 했다. 매리어스 그리니어스 주한 캐나다대사와 콜린 헤즐타인 주한 호주대사, 데이비드 테일러 주한 뉴질랜드대사도 기꺼이 협조키로 했다.

한 부총리는 "정부 내 폭탄주 문화를 근절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으며 윤 장관도 "국방부를 비롯해 3군의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가 사라지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들은 자국에서의 폭음, 음주운전, 알코올 중독 등 음주와 관련된 입법 사례와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해 국회의 입법 및 정책 개발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폭소클럽 태동에는 일명'돌고래 다이어트'로 15㎏ 감량에 성공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날 회장으로 선임된 박 의원은 "정치인이 박수를 받을 때는 폭탄주를 마실 때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치인과 폭탄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그러나 정치인들이 폭탄주 때문에 각종 물의를 빚고, 국민의 정치권 불신을 가중시켜 폭소클럽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 회원은 박 의원의 요청을 받고 선뜻 동참했다. 고문에는 열린우리당의 유재건.배기선 의원, 한나라당의 이상득.김형오.이경재 의원이 뽑혔다.

클럽 가입을 권유받았지만 거부한 두 의원이 있다. 박희태 국회 부의장과 유인태 의원이다. 폭탄주의 시조(始祖)로 꼽히는 박 부의장은 "폭탄주 당수인 내가 전향해 가입하면 되겠느냐"며, 청와대 정무수석 당시 '엽기 수석'이란 별칭으로 통했던 유 의원은 "폭탄주 마시는 낭만도 없이 어떻게 사느냐"며 거부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장윤석.임태희 의원 등 여야 의원 20여 명은 취지는 공감하나 실천에 자신 없어 '정신적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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