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들에게 삶의 용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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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록도 나환자촌 주민들의 효성스런 딸이며 오누이이기도한 원불교 소록도 교당의 김혜심교무 (37)-.
그는 세속의 학문으론 어엿한 의학박사학위까지 가진 정녀교역자다.그러나 그가 깊은신의 원력을 세워 아리따운 젊음을 불사르고 있는 현장은 대학의 강단도 ,교단요직도 아닌 인간소외의 그림자가 깊숙이 드리운 외딴섬이다.
「의학을 공부하는 동안 인간생명의 존엄을 새삼 인식했읍니다.그래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음지의 사람들을 찾아 봉사해 보겠다는 결심을 굳혔어요」 전남고흥군도양읍 소록도는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l백50만평의 땅에 현재 2천5백명의 나환자들이 격리 수용돼 「인간존엄」을 재건하고있는 고도-.
김교무는 지난 77년 원불교 소록도 교당을 개척,7년째 나환자들의 인간 반려자로 성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매일같이 오후만되면 나환자들의 가정으로 달려간다.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누고 환자들의 마늘농사, 돼지·토끼,사옥일을 돕는다.
태풍이나 해일이 일어 저지대 주민들이 갑각스런 물난리를 만나면 불구의 노인 환자들을 업어서 고지대로 피신시킨다.
또 이곳에 순천교도소 지소로 특별 설치된 나환자 수감교도소를 자주 찾아가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다.
김교무의 뜨거운 인간감화를 받은 수감자들은 교당을 건립할 때 앞을 다투어 노력봉사를 제공하는 보은의 꽃을 피우기도 했다.
「나환자들을 의한 가장 값진 봉사는 그들이 외롭고 응달진 마음을 잊고 정상인과 같은 인간적 삶을 살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을 느낄수 있게 해주는 일인것 같아요.
나환자들에게는 우선 건강한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주는 일이 절대 필요합니다」
김교무는 사회로부터 백안시 당한채 이방인 취급을 받는 나환자들을 위한 가장 값진 인간구원은 진정한 친구로서, 형재자매로서 인간적인 삶을 함께 살아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환자들에 대한 김교무의 헌신은 언뜻보면 단순한 육체노동의 제공이나 대화의 반려자 역할에 불과한 것 같기도하다.
그러나 거액의 성금을 내놓은 것도,거창한 의료지원을 편것도 아닌 돈 한푼 안든 그의 언간적인 나환자들과의 삶은 소록도 주민들에겐 아들딸보다도 더 고마운 혈육의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절대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나환자들을 위한 김교무의 봉사는 흔히 물질을 앞세운 화려한 구호의 사회복지사업이나 종교적 구원이 지나치기 쉬운 불행한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삶을 전정으로 함께하는 「구원의 내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개신교회 8개,가톨릭성당 2개가 들어서있는 소록도는 다른 종교의 선교개척이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원불교 소록도 교당의 개척은 김교무의 뜨거운 인간에가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할 수있다.
이리의 한 독실한 원불교집안 출생인 김교무는 서울중앙대 약대와 동대학원을 졸업 (70년)하고 원광대에서 4년동안 전임강사로 근무하던 중 출가서원을 했다.
정규코스를 밟지못한 그는 교역자가 되기 위한 특별수련을 거치는 한편 모교에서 박사과정수학중이던 76년 여름방학에 소록도를 찾아 종교인이 봉사해야할 일이 많은 곳임을 절감했다는것.
그의 소록도 교당 개척건의는 처음엔 교단총무도 반대를 했으나 거듭된 간청에 다음해 3월 교무사령과 함께 파송을 발령해 주었다.그는 우선 병원약사로 있으면서 모은 돈 1백만원을 내놓아 나환자 자녀들을 위한 「금송장학회」를 설립하는등 종교기반을 굳혔다.
나환자들을 향한 그의 청순한 인간애는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주민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에는 마침내 교당 (건평 1백55평) 까지 건립하는 신앙의 결실을 거두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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