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에 국민정서법 따질 만큼 한가롭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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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 02면

국방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29일 체결키로 한 데 대해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하다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꼼수로 되살려 놓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2년 전 ‘국민정서법’에 걸려 접었던 사안을 슬그머니 부활시키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 간 협정에 의한 공식적 교류 협력이 아니라 양해각서 형식을 빌렸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비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추진 절차나 형식이 아니라 우리의 안보이익에 대한 고려다. 국가안보라는 핵심적 고려 사항을 국민감정이라는 잣대로 재단해선 곤란하다. 우경화로 우리를 자극하는 일본이 밉다고 해서, 아베 신조 정부와는 어떤 협력도 할 수 없다는 자세는 냉엄한 국제 현실을 감안할 때 백치(白痴) 짓이나 다름없다.

 최근 들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란, 그리고 이번 3국 정보교류 약정에 이르기까지 안보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정치 갈등이나 감정 싸움에 휘둘리는 양상이다. 이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는 어디까지나 안보의 논리로 따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합리적인 안보적 의사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하고도 중대한 위협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떠한 안보정책보다도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3국의 정보 교류와 안보협력 강화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과 정찰위성, 전략 정찰기를 통해 얻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는 우리의 안보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물론 복받친 반일감정 해소가 선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들은 이번 약정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도와주고, 한국의 미국 MD(미사일방어) 체제 편입을 재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약정은 본격적인 군사협력이 아니다. 낮은 수준의 협력이다.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우리의 ‘안보 그물망’을 하나 더 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정국에서 ‘친일’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중단하도록 이명박 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그 결과 하필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일에 정부가 외교관례를 깨고 협정 체결을 취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년이 지난 지금 여론 눈치 살피며 안보 이슈에서 비실비실 물러서는 모습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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