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미군기지 인근 땅 사들여 일본선 국가안보 문제로 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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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 04면

싱가포르발, 영국행. 현재 전 세계에서 부동산 투자용 외화 이동 ‘노선’ 중 총액이 가장 많은 구간이다. 싱가포르인들이 2010년 이후 영국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은 13억 달러(약 1조4200억원)다. 하지만 향후 2년 내에 ‘싱가포르-영국’ 노선의 1위 자리를 ‘중국-미국’이 대신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초 홍콩에서 열린 부동산 투자 콘퍼런스(PERE:ASIA 2014)에서 나온 결론이다. 콘퍼런스에 모인 투자자의 70%가 2016년이면 중국의 미국 부동산 투자액이 싱가포르의 영국 부동산 투자 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의 땅 사랑, 해외에서는

 영국의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중국 해외 투자지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나라로 미국을 꼽았다”고 밝혔다.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적인 데다 중국인 커뮤니티도 잘 갖춰진 점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지난해 중국인들이 미국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부동산을 포함해 40억 달러(약 4조3648억원)에 이른다.

 중국은 이미 세계 부동산 업계의 ‘큰손’이 됐다. 각국에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부동산 업체들은 최근 중국의 유력 부동산 포털 쥐와이닷컴(Juwai.com)과 손을 잡았다. 공급이 늘어난 만큼 수요도 급증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은 2013년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전년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고 발표했다.

역사·안보 이유로 중국인 투자 꺼려
중국인들의 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일본 오키나와다. 2005년부터 중국인들은 오키나와 내 미군 기지와 홋카이도의 일본 자위대 기지 인근 땅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자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일본 주간지 ‘슈칸포스트’는 “중국인들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기밀정보를 빼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근거리 해킹과 같은 기술적인 정보 수집부터, 인근 지역 주민을 상대로 얻는 정보까지 종류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대 중국인 소유의 미국인이 거주하는 콘도에선 도청장치가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인터넷 언론 ‘재팬투데이’는 오키나와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인 집 주인들이 미국인들에게 임대를 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영토 문제로까지 확산되기도 했다. 케빈 마허 전 오키나와 주재 미국 총영사는 자신의 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라, 일본을 통해 “중국 정부가 자국 국민의 개인 부동산 투자를 통해 오키나와 섬 전체를 사들이려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학계에서도 “역사적으로 오키나와(류큐)는 중국땅이니 반환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엔 무력을 앞세워 영토를 확장했지만, 이제는 자본이 토지를 잠식한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땅을 살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외국인의 토지 매입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터키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이 멸망해 식민 지배를 받았던 터키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터키인들에게는 18세기 영국인들이 아무 제한 없이 땅을 잔뜩 사들이는 바람에 오스만제국이 대외적으로도 큰 압박을 받은 아픔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 터키 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자 토지 규제도 완화됐다. 2005년에 개정된 토지법에 따르면 기존에 외국인 1인당 2만5000㎡만 살 수 있던 제한선이 30만㎡로 올라갔다. 그 이상 매입할 경우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터키는 외국인 땅거래 상한선 지정
외국 법인은 해당 지역 면적의 10% 이상을 차지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태국은 외국인이 땅을 살 수 없도록 매매가 금지돼 있다. 외국인이 건물을 지으려면 해당 부지를 30년 동안 임대해야 한다.

 한편 한국은 1961년 ‘외국인의 토지 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신설되면서 외국인의 토지 매입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외환위기 때인 98년 외국인에게 투자를 촉진하는 여러 법이 만들어졌다. 토지 매입 규제를 완화한 ‘외국인 토지법’이 신설되면서 국내 토지 및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됐다. 2009년에는 외국인 토지법이 개정돼 이들의 토지 취득 절차가 더욱 간편해졌다. 따로 허가를 받거나 외국인 취득 신고를 하지 않아도 부동산 거래 신고 한 번이면 모든 매입 절차가 마무리된다. 2010년부터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 시행됐다. 일정 금액(5억~7억원)을 리조트 등 여가시설에 투자하면 국내에 거주 자격을 부여하고, 이후 5년이 지나면 영주권도 내주는 제도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미분양 아파트는 여가 시설이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투자 이민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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