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전구속영장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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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보고서 유출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27일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지 하루 만이다.

유출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조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이른바 ‘정윤회 동향문건’의 작성과 유출에 모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48·구속) 경정으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26일 조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조사에서 문건유출을 지시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수사팀은 같은 날 조 전 비서관의 서울 마포구 집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진행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문건유출 경위를 허위로 보고하는 과정에도 조 전 비서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경정은 동료 청와대 파견 경찰관과 대검찰청 수사관 등을 유출자로 지목한 허위보고서를 지난 5월 청와대에 제출했다. 또 조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56) EG 회장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수집한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조 전 비서관은 2005년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다. 2006년 당시 김성호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문무일 서울서부지검장, 강찬우 인천지검장, 오세인 대검 공안부장 등과 사법시험 동기(18기)다.

조 전 비서관은 27일 오전 소환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문건의 신빙성이라는 것을 자꾸 오해하는데 그 내용 중에 60%가 팩트라는 게 아니고 가능성을 보자면 6할 정도는 트루(사실)라고 볼 수 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부끄러운 게 드러나면 이 땅에서 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건 내용의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 주초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고소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국정농단’ 의혹이 깨끗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문건을 왜 작성하고 유출했는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데다,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최모 경위에 대한 청와대의 회유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윤회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달 초 검찰에 고발했다. 정씨도 무고죄로 맞고소한 상태다.

정치권이 특검 카드를 꺼내들지도 관심사다. 여야는 다음달 9일 운영위에 이 비서관을 출석시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야당 내에선 “운영위만으론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많아 국정조사나 특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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