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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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재은교수(이대 교육심리학)=동반자살은 동양권,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자식은 내 것이다」는 소유관념이 동양적인 부모·자식간의 공생적 관계를 낳는다.
아이들이 살아남아서 학대받는 것은 내가 곧 학대받는 것과 같다는 식의 부모 자식간의 융합감정은 좋게는 애정으로 발전할수 있다.
그러나 이 감정이 지나치면 내자식은 내 마음대로 어떻게해도 좋다는 식의「가정폭력」으로 변하고 만다.
일본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고있는 가정폭력은 심각한 사회 병리현상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굶을지언정 자식에게만은 쪽박을 채지 않는다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희생이 넘쳤었다.
그러나 정을 바탕으로한 우리의 전통적 부모·자식간의 특별관계가 사회발달에 따라 점차 단순한 사무적 관계로 변질돼 이같은 가정폭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요즘 유행하는 남녀간에 애정이 결핍된 결혼, 즉 돈과 권력을 쫓는 비정상적인 결혼이 늘어나는 것도 가정폭력의 큰 원인이 되고있다. 사회풍조와 그릇된 가족 관념을 하나 하나 뜯어 고쳐 나가야할 것이다.
◇조두영교수(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영국의 통계에 따르면 친자 살해범의 43%가 성격장애자로, 21%가 급성 우울증환자로 나타난 반면, 정신이 건강한 범인은 16%로 밝혀졌다. 결국 친자살인은 어느 정도 정신이상 상태에서 저질러진다.
친자살인의 유형은 ▲구타살해 ▲정신병자의살인 ▲신생아 살해 ▲배우자 복수목적 살해 ▲원치않는 자식을 낳아 죽이는 경우 ▲안락사 목적 등 6가지로 분류된다.
구타살해의 대상은 갓난 어린이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범인들은 심하지는 않으나 정신건강이 좋지않고 마약·알콜중독 경험이 많으며 경제적으로 불우하다. 이 경우 범인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못한 경우가 많다.
배우자에 대한 복수목적 살인은 배우자를 죽이고 싶지만 뜻을 이루지못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자신과 자신의 분신(자식)에게 돌아가는 경우다.
▲정광진씨(변호사)=동반자살이나 친자살인은「자식을 내분신」이란 관념, 즉 내가 죽는 것은 자식을 포함한「우리」가 죽는다는 의식 또는 내 자식을 내 마음대로 할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구에서는 육아방법부터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키운다. 낳자마자 따로 침대에서 키우고 다른 방에서 재우며 자립심을 키워준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나의 엄마」「나의 아버지」대신「우리 엄마」「우리 아버지」라는 연대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부모들 역시 자녀들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훌륭한 독립인격체로 키우고 사랑해줄 의무가 강조되고 생존을 어찌할 권리가 없다는 서구사회의 가족관념처럼 우리도 의식개혁부터 이뤄야할 것이다.
▲이충식씨(보사부 가정복지국장)=최근에 와서 일가족 집단자살이나 집단살인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가족관념이 여전히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남자가 자살할 때는 자기 직계는 모두 죽이는 예가 많았다.
그러나 대가족제도가 철저했던 옛날엔 형제나 사촌 사이에 연대의식이 강했고 따라서 친부모가 없어도 자식들을 사촌이나 형제에게 맡길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핵가족화해 맡길 사람도 없어져 동반자살이 느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부부 또는 자녀들이 평소 원만한 관계를 이루고 서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건전한 사고를 할 경우 끔찍한 사고는 막을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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