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사는 부부가 몇이나 되랴? 문제는 싸우고 나서 자연스럽게 예전 관계를 복원하기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데 있지 않을까.
내 친구 남편으로 경기도 일산에 사는 박모씨는 아내와 싸운 뒤 화해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가 아주 최악의 상황으로 갈 뻔한 경험이 있다. 원래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고쳐볼까 고민하다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마술을 떠올리고 인터넷 사이트의 마술 동호회를 찾아 간단한 마술을 배웠다고 한다.
시간을 내서, 돈을 들여서 배우는 마술이 아닌 관객 한 명, 아이들까지 합해 많아야 세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가족들을 감동시킬 만한 마술쯤은 조금만 노력하면 습득할 수 있었다는 것. 신문에 하트가 생겨나게 하는 마술, 물컵에 물이 사라지게 하는 마술, 휴지마술, 돈 생기는 마술, 종이로 꽃가루 날려 가족들을 감동시키는 마술 등을 틈틈이 익혔다. 나중에 그 남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장미꽃을 소매에서 빼서 전해주는 마술을 보여주니까 좀 반응이 오더라고요. 이어서 몸의 여기저기서 1만원짜리가 마구 나오는 돈 마술을 보여주니까 제일 좋아해. 그런데 마술을 공짜로 배웠다고 말하니 진짜 좋아하더라고."
박씨는 그 뒤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오리처럼 입이 비쭉 나와 있는 아내에게 무언의 사랑의 코드, 화해의 코드를 날려보내는 데 마술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후배 중 서울 신도림동에 사는 구 모씨는 평소 부부싸움 후 서로 눈치만 보고 화해를 못해 질질 마음고생을 하는 것을 고쳐보려고 자기만의 화해의 코드를 준비했다. 그것은 평소 절대 안 하던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것. 평소 부인의 부탁을 받고도 못 들어준 집안일, 아내가 유독 싫어하는 부분의 집안일을 말끔히 해결해 주면 어느새 슬그머니 아내가 커피 한 잔을 타놓고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특히 부부 간의 문제는 그 부부만이 풀 수 있다. 남편과 커피 한 잔 하면서 싸웠을 때 어떻게 할지 부부만의 매뉴얼이라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김숙진(주부통신원) L2u2x4@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