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청각장애인에게 '소리' 들려주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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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곽윤주(28)씨는 여섯 살 때 청력을 잃었다. 고열에 시달리다 귓속의 달팽이관이 손상됐다고 한다. 이후 바로 옆에서 울리는 자동차 경적을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청력으로 11년을 살았다.

곽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상인 학교에 다녔다. 보통 아이들이 한 시간이면 마칠 수 있는 숙제를 하려면 대여섯 시간이나 걸렸다. 친구들 도움없이는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스스로 외톨이가 될 때도 있었다.

이같은 삶이 1994년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대 의과대학 김종선 박사로부터 인공 와우(蝸牛) 시술을 받은 후 '소리'를 되찾은 것이다. 인공 와우는 손상된 달팽이관을 대신해 소리를 뇌에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기구. 시술 후 2년의 적응기가 지나자 웬만한 소리는 모두 들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수술을 받고 나서 처음 들리는 소리는 소음 같아요.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를 듣는 것과 비슷해 일시적으로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술자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겪기 때문에 대부분 좌절과 충격을 경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험자들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의 날(9일)에 맞춰 가칭 '인공 와우 사용자 모임(CI members club)' 이란 모임을 조직했다.

이 모임에선 인공 와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400명이 뜻을 모았다. 이 수술의 효과를 홍보하고 시술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국내에 인공 와우 시술자가 2500명 정도 됩니다. 그러나 이 수술을 받으면 청력이 회복될 수 있는 사람이 13만 명이나 더 있대요. 몰라서 이 수술을 못받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곽씨는 인공 와우 시술이 가장 잘 된 경우로 꼽힌다. 때문에 김 박사와 함께 학술회의 등 각종 모임에 참가, 이 수술의 효과를 홍보해 왔다.

시술비도 지난해까지는 3500만원 가량 들었으나 올해부터는 의료보험 대상에 포함돼 60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2002년 상명대 미대를 졸업한 곽씨는 서울 한남동에서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사 미술팀과 패션 디자이너 사무소에서도 일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글=왕희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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