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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이 담은 올해의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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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면 아무래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江南通新도 올 한 해 지면에 등장했던 인물이 남긴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려고 합니다.

“작은 고마움 표시가 큰 힘이 됩니다. 그 마음에 중독돼 이 일을 계속 하는 거죠.”

-백균흠 강남소방서 진압대장

매일 재난과 화재 현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소방관. 백 대장은 “소방관 머릿속에 남는 건 죽음의 공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방관들 고생한다며 동네 주민이 끓여내온 라면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情), 소방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에 또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 힘을 얻는다고.

“권리를 존중하는 의학이라니! 가슴이 마구 뛰었지.”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는 ‘우연히’ 탄생했다. 비를 피해 들어간 헌책방 서가에서 『법의학』이란 책을 만났고, ‘법의학은 인간의 권리를 다루는 의학’이라는 한줄에 인생을 걸었다. 장기려 박사에게 촉망받던 의대생의 인생이 바뀐 순간이다. 그는 이렇게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이 아닌, 가슴 뛰는 인생을 찾아갔다. “모든 국민의 죽음에 절대 물음표를 남기지 않는 일, 그게 법의학자의 의무”라면서.

“전쟁통에 혼자 살아도 공부는 해야 한다.”

-서진근 하늘교육 회장

한국 사교육의 산증인 서 회장의 오늘을 있게 한 건 피란길 책가방에 어머니가 넣어준 『알기 쉬운 대수학』이란 책 한 권이다. 전쟁통에 육군 트럭 짐더미 사이에 사람 한명 태울 공간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어머니는 주저없이 막내아들인 서 회장을 실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혼자 살아갈 걱정 대신 “전쟁 중이라도 공부는 하라”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을 믿자. 불가능을 꿈꾸자.”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

월급쟁이에서 아시아를 뒤흔든 항공사 회장이 된 그의 좌우명은 “Believe the unbelievable. Dream the impossible. Never take no for an answer.” 그는 좌우명대로 포기않고 달려들어 원하는 걸 다 얻었다.

“공부할 게 너무 많아 대학에 못 갔어요.”

-이영원 장미라사 대표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한 토종 남성 맞춤복 브랜드 장미라사 이영원 대표는 고졸이다. “세상에 배울 게 너무 많아 학교 갈 시간이 없다”고 한다. 사하라 사막, 히말라야 산맥, 바그다드 모두 공부의 장소다. “가봐야 아무 것도 없어요. 정말 아는 만큼 보여요. 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실루엣, 그 라인들.”

“빈자리는 채워지기 마련이고. 그저 나 죽었을 때 ‘아깝다’ 한마디 들으면 족하다.”

-작가 복거일

작가 복거일은 말기 암 환자다. 남들보다 죽음과 한발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보통 사람처럼 아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과정이 고통스럽기로 따지자면 남녀간의 이별이야말로 얼마나 힘드냐”면서.


“미디어에 비친 모습은 안믿는다.”

-여운혁 JTBC 예능 CP

TV 속 세상을 창조해내는 프로듀서가 “미디어의 모습은 믿지 않고, 오직 직접 만나 얘기해본 뒤 내가 느낀 것만 믿는다”고 말한다. 미디어에 비친 모습은 쉽게 왜곡되고 비틀린다는 의미이리라.

“돈벼락 맞으면 결말이 좋지 않더라. 인생이 그런 거다.”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강남개발의 산 증인인 그는 늘 남들보다 1년 먼저 개발 정보를 알았다. 돈가방 싸들고 와 정보를 달라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정보를 팔지도 땅을 사지도 않았다. 인생이란 계획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정말 인간이 하고 싶은 건 디지털 세상 안에 있지 않다.”

-조수용 JOH&컴퍼니 대표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을 만들었던 이 디자이너는 스스로를 “리얼 월드 가이(real world guy)”라고 했다. 누구나 오프라인 세상에서 친구랑 놀고 자기집 짓고 싶은 게 아니냐면서 “남들은 나중에 하겠다고 미뤄놓지만 나는 하고 싶은 걸 ‘지금’ 한다”고도 했다.

“고등학교만 나온 게 핸디캡이 아니라 그걸 감추려 한 것이 핸디캡이었다.”

-만화가 이현세.

무심코 한 첫 언론 인터뷰에서의 거짓말이 25년 동안 그를 괴롭혔다. 그는 2007년 스스로 학력 위조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고 “(밝히겠다는) 용기를 낸 순간 핸디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상사가 커피 심부름 시키면 불평하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타는 법을 고민하세요.”

-현대차 첫 여성 임원 출신 김화자씨

전업주부로 살다 자동차 영업의 세계에 뛰어들어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화장실에 숨어 운 게 한 두번이 아니었을 만큼 사회는 혹독했다. 그러나 “인생 첫 도전에서 좌절하고 평생 낙오자로 사는 대신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겠다”고 마음먹었다.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의 길이 열린다”면서.

“직장에서 월급 받는 건 회사 수익을 나누는 것일 뿐 자신의 능력이 아니다.”

-IT회사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다들 부러워하던 은행을 박차고 나와 4년 전인 28세에 창업한 이 젊은 사장은 창업을 결심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남이 벌어다주는 월급이 아니라) 내 능력으로 돈 버는 경험을 미리 해보라”고.

“희망·꿈·힐링 이런 단어가 싫다. 긍정으로 포장한 부정을 깨고 싶다”

-SNS 시인 하상욱

시인은 잿빛 세상을 하늘빛 언어로 표현하는 이가 아닌가. 하상욱은 다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 대신 “안되면 될 걸 하라”는 현실적인 일침을 놓는다. 포기를 실패의 동의어로 취급하는 이들에게 “포기란 다른 걸 시작하는 용기”라면서.

정리=안혜리·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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