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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공부」에 침식도 잊어|업무계획 보고 앞두고 각 부처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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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주부터 시작되는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계획 보고를 앞두고 각 부처는 보고 안 작성과 보고요령 체득에 철야부사의 초비상.
작년한해 실시된 각 부처 실·국장보고 제가 올해부터 다시 장관의 직접보고 제로 환원됨에 따라 방청객 (?) 격이었던 장관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예행연습 끝낸 부처도>
○…올해 보고의 특징은 유인물만 배포하고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온 브리핑 차트를 없앤 점.
실시 한해만에 다시 장관의 직접보고제로 환원된 것은 장관이 부처의 업무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세계적인 난국을 이겨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총리실 주변의 설명. 그러나 △지난번 정기국회 때 나타난 일부 장관의 핀트가 안 맞는 답변 △시·도 업무보고에서 한 국장이 2∼3국의 소관을 암송 (?) 하다시피 해 몰아서 보고하는 폐단 △국장들이 만사를 제치고 보고준비에만 매달리는 일들을 막기 위해서라는 풀이가 더 유력.
국장보고에서 장관 직접보고로 환원된 사실이 각 부처에 통보된 것은 지난 10일께.
국장들의 보고 안 작성과 요령을 지도·독려해온 장관들이 감독의 입장에서 직접 「선수」로 뛰라는 통보에 접하고 호텔 방을 빌리는 등 밤을 세워가며 보고 준비에 열중.
전대통령이 각 부처업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장관들은 짧은 준비기간에 알찬 보고 내용을 만들기에 더 바쁘다.
보고문 작성을 일찍 끝낸 부처는 지난주부터 벌써 낭독 연습에 들어갔는가 하면 1단계 준비를 마친 경제기획원· 재무· 농수산· 상공· 동자· 건설· 교통부 등은 19∼21일 사이에 김상협 총리 앞에서 모의 시험을 겸해 예행연습.
이 자리에서 김총리는 △대통령의 지시사항 △부처간 협조 △기존방침과의 저촉 여부 등을 주로 체크했다는 것.
총리실보고는 1부처 1시간이지만 청와대보고는 전 국장의 배석아래 장관 1시간. 외청장30분, 지시·당부·질문 30분 등 2시간 남짓 될 것으로 예상.

<명심 사항 등 이미 시달>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은 이미 지난7일 각 부처기획관리실장 회의를 소집, 업무보고 때 공통적으로 「명심」 해야 할 준비사항을 시달한바 있다.
시달된 명심사항은 △기구 및 편성표 △기구별 임무 △정원의 적부 △예산절감목표 및 방법 △에너지 절약 질적·계획 △자가운전·현황과 절약효과 △82 재물조사 효과·계획 △조회·하기식 현황 △경제교육 △국민정신교육 △생산성 향상운동 △수출 증대방안과 국산품 활용방안 △올림픽준비상황 △민원제도개선점 등이다.
지난18일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간소한 정부」· 「능률적인 정부」가 강조되자 각 부처는 서둘러 이를 보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범석 외무장관의 태국·인도 방문 때문에 준비를 서둘러 마친 외무부는 지난해 지적 사항이 많았던 점을 고려, 서경석 기획실장을 사령탑으로 해 수차 밤을 새웠고 18일에는 P호텔에서 노재원 외무차관 주재로 1차 점검을 거쳐 19일에는 이장관의 출국에 앞서 최종 점검.
김동휘 상공장관이 국장들과 N호텔에서 밤샘을 할 때는 관계직원들이 퇴근을 않고 주변에서 대령하고 있다가 작업지시가 떨어지면 즉각 병참 지원하는 모습도.
「제너럴·위스키」라는 별명의 애주가인 김종호 건설장관은 새해 들어 아예 금주를 선언하고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데 1차 보고문안이 3시간 여 소요 분인 1백40여 페이지에 이르러 이를 3분의l로 줄이는데 진땀을 뺐다는 것.
마무리 작업단계에서 기획관리실장이 바뀐 동자부는 신임 윤승직 기획관리실장대신 자원정책실장이 사령탑을 맡아 내용을 다듬었고 13일 취임한 최기덕 철도청장은 출퇴근길에 메모를 들고 암기에 열중하는 등「벼락공부」에 침식을 잃을 정도라는 얘기.

<각 부처선 희비 엇갈려>
○…알찬 보고 내용을 만드느라 각 부처는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
장차관이 모두 공학박사인 체신부는 과거 우표나 팔고 전화나 달아주는 사업관서에서 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기술자립을 주도하는 정책부서로서의 이미지 쇄신을 브리핑 내용의 주안점으로 설정.
지난해 실명제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재무부는 「시장 경쟁체제」의 유도를 가장 큰 정책으로 밀고있고 건설부는 상부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해외건설업체의 경비방안과 주택문제에 역점을 두었다.
복지행정을 맡고있는 보사부는 『욕구는 끝이 없고 경제사정은 이에 미치지 못하니 큰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으며 지난해 가장 지적사항이 많았던 외무부는 『다른 부처와는 달리 딱 떨어지는 알맹이가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농수산부는 예상치 못한 「돼지파동」 속에서 쌀 증산과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에 역점을 두어 보고 안을 확정했다.
이에 비해 주요보고내용인 경제운용계획을 지난 20일 이미 보고한 경제기획원은 한결 느긋한 분위기이고 법무부는 『법무부보고사항이 적을수록 나라가 평안』하다는 논리를 펴며 올해도 작년에 칭찬을 받았다는 교도행정에 역점을 두어 보고 안을 만들었다는 것.
준비작업에는 보안유지가 최대의 강조사항. 총리실 등 상부관청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친 보안 엄명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보고내용이 흘러나와 관계자들을 아연케 했다.
법제처는 애지중지하며 감춰뒀던 「입법예고제」 가 사전에 보도돼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가하면 입법예고제가 긍정적 평가를 받자 총무처의 한 간부는『사실은 우리 것인데…』 하고 아쉬워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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