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일보를 읽고…

일제시대 직위만으로 "친일"은 곤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지난달 30일자 신문에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3090명을 선정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광복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친일파 청산작업이며 잘못된 역사를 정리하고 바로 평가하자는 취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시대의 직위만으로 친일 인사를 규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이나 사상적.학문적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인사들에 대해 사찰.체포.구금.고문 등 갖은 악랄한 행위를 한 자들은 바로 말단 헌병과 경찰, 그리고 경찰의 앞잡이 노릇을 한 밀정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직위가 낮았다고 해서 제외한 것은 불합리하다. 만약 헌병.경찰.밀정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순수하게 역사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거사 정리가 정치적 편견을 갖고 진행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는 두고두고 논란의 소지를 남겨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의 한 분기점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일본 육사를 나와 일본군 초급장교로 복무했다는 점 때문에 친일 인사 명단에 올랐다는 것은 너무 자의적이다.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새마을정신으로 오늘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명단에 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해 스스로 해명할 기회조차 잃어버렸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강태전 제주도 서귀포시 동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