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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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돼지해의 벽두서부터 돼지가 말썽이다. 6백g 한 근에 2천 원 하던 돼지고기 값이 2천7백 원 선까지 뛰어올랐다. 구정대목을 앞두고 있으니 계속 더 올라갈 판이다.
때가 어느 때인데 이처럼 오르는가. 금년물가를 2∼2·5%에서 안정시키겠다는 마당에 이처럼 돼지고기 값이 폭등세를 보이자 물가당국인 경제기획원과 주무부처인 농수산부는 야단이 났다. 금년 들어 15일 현재 소비자물가가 0·4% 올랐는데 이중 돼지고기 값이 절반인 0·2%를 올려놨으니 예사 일이 아니라고.
급해진 농수산부는 17일 돼지고기 소비를 쇠고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더 올려야 한다던 수입쇠고기 값을 더 내리기로 하고 그래도 안될 때는 돼지고기 수입도 불사하겠다는 비상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돼지고기 값의 폭등인상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소비는 지난해부터 기대이상으로 늘어난 반면 예상치 못한 돈 콜레라가 크게 번지는 바람에 공급량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와 공급, 모두에 난조가 일어난 데서 이 같은 돼지고기 값 폭등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오히려 돼지고기 값은 폭락을 경고하면서 농가들에게 양돈을 줄일 것을 권고해왔고 소비자들에게는TV광고까지 동원해서 돼지고기 많이 먹어줄 것을 호소해오지 않았는가.
어쨌든 기와 벌어진 일은 지난 잘못으로 접어두자. 문제는 수습이다.
기획원에서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돈 콜레라의 피해상황조차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있던 농수산부는 유구무언이었다.
으레 그래왔듯이 이럴 때일수록 비상대책으로 급선회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①수입 쇠고기 값을 3천2백원에서 2전9백원으로 내리고②하루 방출량도 l천 마리에서 2천 마리로 늘리는 한편③돼지고기의 수입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모두가 지금까지의 정책방향과는 정반대다. 수입쇠고기 값의 경우 작년 한해동안 2천8백원에서 3천 원으로, 다시 3천2백원으로 두 차례나 올려왔었다.
물가압박을 무릅쓰고서라도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 돼지고기 값보다 쇠고기 값을 비싸게 만든 정책이었고 이것은 곧 아까운 외화를 들여서 수입쇠고기를 사다 먹을 것이 아니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하자는 목적이었다.
이젠 급하다하여 거꾸로 쇠고기 값을 내려 쇠고기를 많이 먹고 돼지고기 소비를 줄이자는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더구나 한술 더 떠서 돼지고기 값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입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면 무 작정한 비교우위 이론을 따를 것이 아니라 농가소득을 증진시키고 어려운 국제수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농수산물의 수입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지금까지의 기본정책에서 두드러지게 변질된 내용 등이다.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복합영농정책도 결국은 연간 3천5백만 달러나 들여 사다먹는 쇠고기수입을 줄여서 국제수지도 개선하고 농가소득도 높이자는 것이 대의명분이었다.
그러면서 급하다하여 돼지고기까지 수입하겠다니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농수산부 스스로도 어미돼지가 너무 많아 금년 4∼5월쯤에는 돼지 값이 크게 폭락할 것을 예고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물가안정에 대한 강력한 정책의지가 이처럼 소화되어서는 곤란한 일이다.<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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