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2TV프로 지방실정 고려를|진학지도 정보홍수로 오히려 판단 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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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BS 제2TV가 출력을 늘림으로써 이제까지 KBS 제1TV와 MBC-TV만에 의지했던 지방의 많은 시청자에게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사하게 됐다.
지난8일 정주시에서 제2TV의『상쾌한 아침입니다』를 선명한 화면으로 시청하면서 성한 수상기를 들고 와 제2TV가 재미있다는데 볼 수 없으니 고쳐달라는 부탁에 난처할 때가 많다는 어느 시골 전파상의 얘기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시청료가 공영제 육성을 위한 부담금적 성격을 지녔다고 하지만 공평한 수혜가 베풀어져야 될 것은 시청자는 균등한 시청료를 물고 있는데서 당연한 원칙이다.
앞으로 제2TV의 가 시청권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니 다행스럽지만 KBS가 내세우는 이른바 제1TV의 기간방송 기능론도 이런 사정의 해결아래 그 타당성이 확고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까지 공영방송에 대한 많은 주문들은 이런 문제들보다는 주로 도시시청층의 입장에서 지적된 것들이 아니었나 하는 점에서 진지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한 가지 문제는, 제2TV의 수도권대상프로, 예컨대『시민법정』같은 꾸밈을 지방국에서 어떻게 그 지역 형편에 맞게 엮어내느냐 하는 점이다.
지방문화적인 소재가 줄줄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게다가 내용에 대한 감시·평가기능이 중앙에 견주어 뒤진다고 할 때 자칫 섣부른 내용이나 잘못된 엮음이 도리어 해를 주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83학년도 대입학력 고사성적발표가 있자 진학지도프로가 많았던 건 학교선택을 위한 정보제공과 장학지도의 계도기능에서도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러나 불만스런 점이 많다.
첫째로, 제시되는 자료들이 제각기여서 신빙성이 약했다. 고득점자예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각 학과 배치기준이라고 알리는 것들이 수험생 쪽에서 볼 때 혼란을 주어 자료제공의 홍수속에서도 참된-그 자료를 근거로 학교선택을 결심할만한-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둘째로, 명문대학·인기학과를 몰아붙이는 태도가 거슬린다. 예컨대, MBC-TV의 6일 『뉴스데스크』에서 교육책임자급 인사가 돈벌이를 위해 학과를 택하지 말라는 표현-실력 있는 학생들이 그처럼 때 묻은 생각으로 인기학과를 택하겠는가-이나, 7일 KBS 제1TV『스튜디오 830』의 특집『진학지도』에서 서울의 명문대학은 몇 년 전의 관념이라고 했는데 과연 설득력이 있겠는가.
세째로, 지금의 인기학과는 장래엔 달라진다는 말이 많았는데, 왜 이런 가이드를 원서제출 때에야 하느냐는 점이다.
평소에 그런 인식을 교육시키든지, KAIST에 보관돼 있다는 각 대학의 실장을 미리 공지시켰다면 명문대학 선호욕은 줄게 아닌가.
또 모든 대학들이 충실히 운영하여 실력의 평준화가 이루어졌더라면 오늘 같은 명문대학 러시현장도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을 어른들이 게을리 하고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어린 학생들을 마치 들뜬 마음으로 인기학과에 급급하는 것처럼 내모는 듯 한 표현이나 프로의 제작은 결코 잘된게 아니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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