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침체는 축구인들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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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복많이 받으시오. 그리고 올해는 복좀 넘겨주시오』-축구계에 새해 인사로 등장한 유행어다.
그러나 이 유행어는 불과 수일간의 단명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축구협회의 회장직을 둘러싼 「7일전쟁」과 관련된 얘기다. 『복을 넘겨달라』는 것은 「정권교체」를 의미한다.
망년회로 어수선했던 연말부터 본격화된 재야축구계의 움직임은 그믐날 선전포고로 발전, 「아무일 없을것」으로 방심했던 최순영회장의 집행부에 충격을 던졌다.
축구협회출입기자들은 이통에 3일 연휴가 바빴다.
두갈래로 나눠진 축구인들의 회동은 끊이지 않았고 기자들은 그 사이를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나 허와 실은 곧 드러났고 대립의 귀결은 능히 예측이 가능해졌다. 『좀더 기대할수 있는 화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도전파는 명분이 뚜렷, 상당히 득세했으나 결정적인 허점을 숨길수 없었다. 새회장으로 옹립된 대우그룹 김자중회장의 의사가 개재되지 않은 일방적인 추대였다. 그리고 이 운동을 주도한 소수의 중진축구인들이 대부분의 축구인들로부터 평소 신뢰를 받지못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들은 『김회장이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과장선전,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 했으나 『선후배간에 이럴수가…』라는 「한국적 인심」을 간과해버린 큰 실수가 되고말았다.
결과적으로 최회장은 쓰디쓴 불명예를 안았고 김회장측도 『뜻밖의 망신스런 일』로 곤혹스러워했다.
일부 신중한 축구인들은 태풍일과후 『이젠 제발 축구인들 자신이 각성을 하자』 고 주장하고 있다. 『축구의 침체는 축구인물의 과오와 책임이 아닌가』라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숙원사업이 해결될때까지 멍에를 걸머지겠다는 최회장과 달리 거의 동시에 터진것이 대한야구협회장 임광정씨의 돌연한 사의표명.
재정부담이 거의 없는 야구협회장자리를 물러나겠다는 것은 프로야구발족후 퇴조의 아마야구에 대한 흥미상실이 아닌가 하는 풀이를 낳고있다.
그러나 야구인들은 오는 9월의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서울)를 유치해 놓은 임회장의 퇴진은 비도덕적이라고 공박, 계속 봉사를 요구했다.
스포츠계의 양대산맥인 축구와 야구의 이 대조적인 사태는 스포츠에 대한 기업인과 경기인의 자세를 음미케하는 좋은 교훈이 될것같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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