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숍인숍'으로 시작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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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창업의 길은 험난하다. 타이밍.상권.아이템을 신중하게 고려해 창업해도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가게 하나 내려면 보증금.권리금 등을 포함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까지 든다. 어렵게 가게를 낸다고 해도 자칫하면 힘들게 마련한 사업공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많은 돈이 있어야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셉주니어즈 네일&헤나아트'의 원종양(42.사진) 대표이사가 아이디어로 창업한 좋은 사례다.

◆ 적은 자본으로 가능한 '숍인숍'=27세 때 홍콩으로 건너가 보석 사업을 했던 원씨는 지난해 귀국했다. 귀국 후 사업아이템을 찾았지만 마땅한 것을 찾기 힘들었다. 강남역에 조그만 가게 하나 차리는 데 5억원이 든다는 얘길 듣고 충격도 받았다. 그래서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네일아트였다. 네일아트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홍콩에서 지켜본 경험 때문이었다.

지난해 9월 그는 서울 화곡6동의 '박준 뷰티랩' 지점 안에 손과 손톱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는 코너를 차렸다. 1.5평 남짓한 공간을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지 않는 대신 총 매출액의 20%를 주는 형태의 '숍인숍'이었다. 창업에 든 돈은 고작 900만원. 하지만 손님이 제법 몰리면서 월 평균 매출은 예상보다 많은 300만원 정도 됐다.

자신감을 얻은 원씨는 창업 3개월 만에 직원을 고용해 강남구 삼성동의 한 미용실 안에 2호점을 냈다. 이렇게 하나씩 확장해간 원씨의 숍인숍은 1년이 채 안된 지금 모두 35개에 달한다.

초창기 주택가에 있는 소규모 미용실 위주로 영업을 하다 최근엔 번화가의 대형 미용실로 진출하고 있다. 숍인숍의 성격상 존재를 드러내기 힘든 동네 미용실과 달리 대형 미용실로 진출하면서 '조셉주니어즈'라는 자체 브랜드도 달았다. 미용실뿐 아니라 헬스클럽.피부관리실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렇게 해서 원씨는 월 평균 매출액 1억원, 순이익 2000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아직 버는 돈은 대부분 점포를 늘리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게 관건=원씨는 영화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에서 주인공이 네일케어를 받으면서 네일시술자에게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는 장면을 감명 깊게 봤다. 여유를 찾기도 힘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어려운 여성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을 '조셉주니어즈'의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원씨는 "40~50분 동안 고객의 손을 잡고 정성스레 다듬고 마사지해주다 보면 교감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고객들이 네일시술자에게 자연스럽게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고 말했다. 사소한 곳에도 신경을 썼다. '조셉주니어즈'는 각종 기구가 놓인 작은 테이블 하나가 전부다. 그러나 가급적 전문 기구 대신 흔한 생활용품을 갖다 놓았다. 친숙하고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 직원 관리가 성패=원씨가 특히 신경 쓴 부분이 미용실과의 인화였다. 미용실 원장들에게는 자신들이 주는 수수료(매출의 20%)가 큰 액수는 아니지만, 미용실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렸다. 직원들에게는 서서 일하는 미용직 직원들에게 정다운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했다.

원 사장은 직원 관리에도 힘을 쏟았다. 이 업종은 인건비가 낮고 이직률은 높은데 직원의 태도와 실력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원 사장은 이런 점에 착안해 월차.상여금 등 대기업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였다. 여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욕망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 버는 돈의 상당부분을 외부 강사 초빙교육에 쓴 것도 도움이 됐다. 직원들의 갑작스러운 퇴사에 대비해 인력을 여유 있게 운영하면서 고객과의 약속은 철저히 지켰다. 원씨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기업의 과학적인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체계적으로 업체를 운영한 것이 성공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차상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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