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TV 자성적프로에 호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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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ㅇ…KBS제1TV가 지난달 27일에 방영한 「전국시청자회의」는 해명위주였다는 인상은 길었지만 얼마전 MBC-TV가 자생적의미로 꾸민 「TV자고상」과 함께 시청자의 전망에 맞는 방송운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데서 주목되었다.
두방송국이 스스로를 자성하면서 이들 프로를 꾸민건 겸허한 자세라는데 우선 반갑다. 그래서 전제와 균형의 원리가 문화발전에도 역할을 해낸다면 방송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쪽의 시각 역시 올바른것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흔히 정보사회라하며 이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나 사회교육이 요구되고 따라서 TV는 이런 기능을 강화해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런데 천천히 따져보면 이런 주장들은 대개가 TV편향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가령, 미디어에는 TV·신문·라디오· 잡지말고도 행정지도매체도 있어 정보전달체제가 다원적이다. 게다가 임계기아래서는 신문보도로써 비판적 이해를 총족시킨다는 통계도있다.
그런데도 TV만이 보도기능을 도맡은것처럼 착각한 탓에 기준정보(용)량이 넘쳐 그때문에 정보소비량이 줄며 유효정보량을 감안치 않은결과 과잉정보가 원인이 돼 뉴스접촉도까지 낮게 만드는 폐단이 생긴다.
교양물강화론도,영상표현상의 문제는 접어둔채 딱딱한 교육프로의 과비중은 TV이탈을 재촉할염려는 없는지, 외국의 경우 인기있는 드라머빈곤이 TV 이탈현상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참고할때 관심이 크고 학습의욕을 돋을만큼 일상생활에서 사회교육의 절실함을 느끼는지도 의문스럽다. 상업성비판도 그렇다. 선진국에서 대두된 방송의 사회적책임론은 큰 전기를 가져왔지만 우리경우 시청률주의가 빚은 상업방송의 폐단이 큰것일까.
방송현장을 보거나.사회심리면에서 보수성향이 강한 시청자(특히 농촌지역)는 채널선택의 탄력성이 크지않아 프로내용과는 상관없이 평균시청률을 유지하는게 현실이고 광고주의 시청률주의압력이나 점거율집간력 또한 약한게 사실이고보면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외국이론에 얽매인게아닌가 싶다.
저질시비의 핑가기준은 무얼까. TV미디어는 보수성에 바탕을 둔다지만 외래문화의 수용과정에서 전통문화감각과 충돌할때거론되는 거센 저속논의는 지나친 폐쇄의식에 터잡은건 아닌지모르겠다.
또 일반화된 인식대로 저질프로는 상업방송이란 구조성에 기인하는 것일까. 그런게 아니고 방송문화제작진(Cultural gatekeeper)의 인식착오가 빚은 현상으로 봄이 옳을 것이다.
선진국사회에서 지적되는 TV의 역기능현상은 우리사회에도 빚어지고있는가. 이를테면 그쪽처럼 청소년범죄나 성범죄가 TV영향으로 일어나는가.
오히려 이런 영향론조차 조사·분석등 연구방법에 많은 논란이 있을뿐아니라 장기적이며 광역조사가 없는 형편이니 소문처림 믿을게 못된다는 유력한 반론에 주목할필요가 있지앉을까 싶다.
방송은 각 계층문화를 대상으로 삼아야되고 따라서 고른 계층별 의견의 수렴이 소망스럽다. 매스엘리트(고급문화계층)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드세게 작용하는 폐단은 없는지, 그때문에 소수계층의 의견이 소외당하지나 않는지도 문제다.
우리방송의 과제는 실증적연구가 이론쪽을 못따라 우리체질에 걸맞는 이론의 구성이 더딘 현실을 타개하는 일이 급하다.
수준높은 이론들이 방송수상연구로 검증되고 분석되는 작업이 새해에는 활발했으면 좋겠다. 신규호 <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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