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부도칸 1만여 관중 비 공연에 2시간 기립열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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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정지훈 정지훈 ...”

듣던대로 대단했다. 2시간의 공연이 막을 내리는 순간. 객석에 있던 1만여 관중들이 일제히 ‘정지훈’을 외쳤다. 갖가지 ‘야광봉’이 검은 정막을 깨며 장관을 이루는 순간, ‘비’가 다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아쉽지만 오늘 공연은 이 노래가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어 앙코르노래로 ‘아이 두(I do)’를 부르며 팬들과 아쉬운 이별을 나눴다.

2일 오후 7시 도쿄(東京) 기타노마루(北の丸) 공원 안의 부도칸(武道館) 경기장에서 열린 ‘비-도쿄 앙코르 콘서트-레이니 데이-스페셜(Rain y Day-Special)’ 는 일본에서 더 큰 곳으로의 비상(飛上)을 준비하는 ‘비’의 진가를 보여준 자리였다. 발 디딭 틈 없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관중은 젊고 열광적이었다. 무대는 화려했고, 음향은 더욱 격렬하게 느껴졌다.

검은 먹구름이 거치고 벼락이 내리치는 현란한 영상이 시작을 알렸다. 공연장 전체를 흔들만한 심장소리는 ‘비’의 등장을 암시했다. 이어 ‘비(본명 정지훈)’ 가 무대 아래서 솓구쳐 올라왔다.

등장과 함께 공연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2~3곡을 불렀을 때, ‘비’의 작은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특유의 미소는 일본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아기목소리같은 일본어는 서비스. 비의 공연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다양한 연령층이었다는 것.

6~7세 어린이부터 70세가 넘는 고령까지 다양한 계층이 팬들이 ‘비’의 동작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호흡을 맞췄다. 여성 안무들과 옷을 찟는 안무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는 ‘비’의 퍼포먼스까지 한곡 한곡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관중석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이날 ‘비’는 파워풀한 댄스를 추며 혼신을 다해 19곡을 라이브로 소화했다.

엄마와 함께 비의 공연을 보러 온 미야케사야양(13.초등학교 5)은 “몸짱에 잘 생기기까지해서 공연을 보러 왔다.” 고 말했다. 친구와 공연을 관람하러 온 히라노 요쿄(29세 회사원)씨“열심히 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특히 몸매는 그야말로 예술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일본팬들은 시종일관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불렀고, 춤도 추고, 박수도 쳐가며 축제에 동화되어갔다. 이번 공연은 지난 7월말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첫 일본 단독공연 ‘Rainy day-Tokyo’의 앙코르 공연. 비는 ‘앙코르’의 의미를 살려 지난달 첫 단독 콘서트와 내용은 비슷했지만 더욱 커진 무대에 맞춰 대규모의 공연을 연출했다.부도칸 경기장은 ‘일본의 카네기홀’로 불리는 부도칸 공연장은 1만 석 규모의 명성 높은 공연장. 한국 가수로는 1984년 조용필이 처음이고 이후 8월 박용하,9월 비, 11월 류시원 등 한국의 남자 가수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비는 앙코르 곡이 끝난 후 다시 무대에 나와 “모든게 팬들의 덕분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다”라는 내용을 일본어로 쓴 카드를 한장씩 넘기며 영화 ‘러브 액추얼리’ 의 한장면을 연출, 팬들을 감동시켰다. 이날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한 비는 “한사람 한사람을 마음 속에서 사랑하고 있다”며 말한 후 공연을 마무리 했다. 이날 부도칸에는 일본 음반사, 후지TV 등 방송사, HMV 등 일본 음반사 관계자 및 취재진만 300명 이상이 참석해 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다소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춤을 강조하다보니 공연의 맥이 종종 끊어지는 결과를 자초했다. ‘비’는 공연 뒤 “리허설을 공연 당일에야 할 수 있어 불안했으나 어쨋든 최선을 다했고, 공연이 성공적으로 무사히 끝나 기쁘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도쿄=이병구 기자

○이번 ‘비’의 5번째 일본 공연과 관련, “공연이 식상했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일본 공연 중 최고다”로 말하는 기자들이 있었다. 이번 ‘비’의 부도칸 공연에는 13개 언론사가 취재를 했고 그 가운데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공연평을 들어봤다. (비실명처리)

A사-개인적으로 한국팬들이 보면 식상할 공연으로 본다. 그러나 일본팬들에겐 재미있는 공연이지 않았을까. 일본에서 ‘비’ 같은 가수가 흔치않다.

B사-한국에서 공연을 이미 봐서 그런지 새로운 점은 없어 보였다. 다만 70세가 다분히 넘어 보이는 팬들을 보고 참 부럽게 느꼈다.

C사-공연기술은 나아졌지만 공연하는 ‘마음’은 오히려 퇴색된 듯 한 느낌이었다. 미소와 몸매만으로 커버하기엔 ‘비’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졌다

D사-‘제2의 나훈아’로 칭하고 싶다. ‘비’는 어떤 모습이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 안다. 거친 숨소리와 아기같은 미소의 조화. 그래도 이번 공연은 지금까지 비의 공연 중 최고로 꼽고 싶다

E사-몸매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가창력이 묻힌 느낌이다. 여성팬들에게야 즐거운 구경이었을 듯 싶다

F사- 음~ 치 등의 여음구가 이젠 식상하고 지나치게 교태적이다.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무대이나 가창력있는 가수보다는 시선을 끄는 엔터테이너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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