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스 업(삼우트레이딩 대표)-김병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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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길가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보면 그가 원수라 하더라도 일단 살려주어야 하는 것이 도리인줄 압니다』
매스컴을 통해 불우한 사람의 소식이 들릴 매마다 삼우 트레이딩 대표 유병언씨(41·서울삼각동 경기빌딩)는 이 같은 생각으로 따뜻한 마음의 손길을 뻗어왔다.
77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베푼 온정은 1백70여회 2억9천여만원. 각계 각처로부터 받은 감사장·감사패가 40여 개, 상장·포장이 47개나 된다.
유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이 되던 4살 때 부모와 함께 귀국, 대구 등 각처를 떠돌아다니며 어렵게 자랐다.
가정 사정으로 대학진학도 못하고 외국인이 경영하던 무인가 전문학교를 겨우 나왔다(그는 그 이상의 지난날은 밝히기를 꺼렸다).
외국인과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돼 모 방송국에서 부국장으로 근무하다 76년 2월 봉제회사인 삼우 트레이딩이 빚을 갚지 못하자 이를 인수했다.
삼우를 인수하자마자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되뇌며 사내 불우 사원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배움을 갈망하는 사원들에게는 배움의 길을 터주고 고락을 함께 했다.
인수당시 책상 5개에 재봉틀 몇 대가 고작이던 삼우는 유씨와 사원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5백여 사원에 자수직물·봉제 완구·페인트·전자모니터를 생산하는 4개회사를 거느린 알찬 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출실적도 늘어나 올해「1천만달러」수출 탑을 받았다. 또 종이비누를 발명하는 등 특허 출원만도 수십 가지나 된다.
전 사원을 가족화 하고 기업경영에 성공한 유씨는 77년부터 회사 밖의 불우이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리 역 폭발사건, 연탄가스에 중독 돼 식물인간이 된 사람, 면허취득 75세 할아버지에 미니버스 기증, 강원도 벽지의 유아원에 성금, 피아골의 어린 소년·소녀에게 의료혜택 등.
유씨는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불행한 사람, 장한 일을 한사람에게는 꼭 얼마의 성금을 보냈다.
그 동안 고민도 적지 않았다. 성금을 전할 때 주위로부터 쓸데없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 회사에서 꼭 써야할 돈밖에 없는데도 불행한 사람의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괴로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선 순위는 역시 불우이웃을 돕는 일.『옳은 일에 쓰는 돈은 결국 몇 갑절로 불어나 사회에 되돌아오는 법이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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