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우승하니 뻐근하던 뒷목이 안 아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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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우승한 강수연(삼성전자.사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31일 귀국한 뒤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고 했다. 10차례 넘게 전화한 끝에야 1일 제주 로드랜드 골프장에서 가까스로 대면할 수 있었다.

"우승 뒤 달라진 점은 바로 이거예요. 만약 우승하지 못했다면 인터뷰는커녕 여전히 찬밥 신세였겠지요. 우승 전에는 뒷목이 뻐근해서 백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많았어요. 병원도 많이 다녔는데 그때마다 뚜렷한 원인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안 아프니 신기하지요."

강수연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던 1986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그전까지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였다. 스케이트가 심드렁하던 차에 아버지(강봉수)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따라갔다가 골프에 발을 들여놓았다. 박세리.김미현.장정, 그리고 강수연까지 국내 여자 골퍼들이 골프에 입문한 계기는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1년 365일 가운데 300일 이상 필드에 나갔거든요. 하루에 36홀을 돈 것도 셀 수 없을 정도지요. 샷 감각이 뛰어나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건 바로 어렸을 때부터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97년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2000년 2승에 이어 2001년엔 3승을 거두며 국내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골프가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한 번도 그만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솔직히 제가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잖아요. 건성으로 10시간 훈련하는 것보단 정신을 집중해 1시간 연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미국 가서 성적이 부진하니깐 누군가 '그렇게 해서 후배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고 하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서 지난해엔 정말로 훈련 열심히 했어요."

강수연은 성격이 시원시원하다. 표현도 직설적이다. 민감한 질문에도 조금도 주저하거나 말을 돌리지 않는다. 인터뷰 장소가 공교롭게도 다른 선수들이 퍼트 훈련을 하는 연습 그린 옆이어서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더니 "괜찮다"고 잘라 말했다. 후배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들렸다.

'필드의 패션모델'답게 그는 이날도 연한 노란색 바지에 맞춰 손톱에 노란색 매니큐어를 하고 나왔다.

"옷을 고르는 데 남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에요. 후원사에서 옷을 쭉 걸어 놓으면 대충 골라 입는 편인데도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음주 가무도 강수연의 특기. 주량이 궁금했다.

"소주 1병. 더 이상 먹으면 힘들어요. 시즌 중엔 잘 안 마셔요. 사실은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지요. 그래서 음주보다는 가무가 더 좋아요."

요즘엔 SG워너비의 '광'과 김종국의 노래를 즐겨 듣고 부른다고 했다. 키는 1m74㎝로 큰 편이지만 체격이 날렵한 것은 입이 짧은 탓이다.

"올해 안에 1승만 더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주에서 열리는 나인브릿지 클래식이라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세리와 (박)지은이에 이어 올해는 꼭 제가 우승하고 싶어요. 한복 입고 우승 트로피 안은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제주=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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