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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가려 교통사고 위험 높다" 불법 현수막 1500장에 과태료 4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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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 김해시 공동주택관리과 직원들은 월요일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전화에 시달린다. 장유동~내외동 국도변의 불법 현수막을 떼달라는 민원이다. 주중과 달리 단속이 없는 주말·휴일에 불법 현수막이 우후죽순 나붙기 때문이다.

 장유동 주민 서모(44)씨는 “횡단보도 등에 붙은 현수막 때문에 행인을 미쳐 보지 못하고 우회전하다 사고가 날 뻔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불법 현수막은 미관도 해치지만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울산의 자치단체들이 불법 현수막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매일 조를 나눠 강제철거하고 불법부착한 광고주나 관련 업체에 수억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김해시는 지난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현수막 353장을 주요 도로변에 붙인 아파트 분양광고 대행업체 대표 A(48)씨에게 과태료 1억47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지금까지 경남에서 부과된 불법 현수막 과대료 중 최대액이다. 광고물은 어느 장소에 언제까지 어떤 내용으로 붙이는지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해당 광고물 업주에게 종류별로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김해시 조례에도 이런 상한선은 있다. 가장 보편적인 가로 6m, 세로 60㎝의 현수막은 1건당 42만원 정도 부과한다. 따라서 내용이 같은 현수막을 같은 날 수백장 붙여도 500만원까지인 11장까지에만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해시는 이런 허점을 악용해 마구잡이로 붙이는 데 대해 칼을 빼들었다. 전화번호 등 현수막 내용이 조금 다른 경우 각각 다른 현수막으로 해석해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다. 부착 날짜가 다른 경우에도 상한선을 적용했다. 김해시는 이런 방법으로 불법 현수막을 붙인 37명에게도 1억3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A씨 등 2명은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부산진구는 지난달 14일 1200가구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기 위해 현수막 1500여 장을 허가없이 붙인 시공사와 시행사에 3억8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현수막 1건당 25만~32만원씩이다. 이는 부산진구가 지난해 1년간 불법 광고물에 부과한 총 과태료 2억2400만원보다 많다.

 부산진구는 날짜별로 단속된 건수와 내용이 다른 현수막을 종류별로 구분해 상한액만큼 부과했다. 진구는 두 업체를 경찰에 형사고발까지 했다. 하지만 두 업체는 “불법 광고물에 수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자치단체의 강력 단속에 불법 현수막이 줄어든 사례도 있다. 부산금정구는 2012년 150건에 2억3000만원, 2013년 355건에 4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이 소문이 돌면서 올해 과태료 부과건수는 16일 현재 95건 1억6300여만원으로 줄었다. 금정구는 부산진구와 같은 방식의 과태료 부과도 검토 중이다. 이상훈 부산진구 광고물 담당은 “불법 광고물 부착이 없어질 때까지 강도 높은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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