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211. 집중력과 진지함이 만든 '명품 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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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진지함은 무얼 만들어 내는가. 주말 삼성과 SK의 3연전에서 그 대답을 보았다. 바로 수준 높은 경기다.

그 3연전은 한국프로야구의 잠재력과 가능성, 희망을 확인해 주었다. 이런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집중력이 높은 경기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특징은 뭔가. 수비다. 3연전 동안 두 팀은 단 한 개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경기에 군더더기가 없게 느껴진 가장 큰 비결이다. 실책이 없었음은 물론 호수비를 쏟아냈다. 삼성 중견수 박한이는 1차전 6회 말 김재현(SK)의 타구를 넘어지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잡아냈다. 그 수비는 1-1로 팽팽하던 경기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냈다. 박한이는 3차전 1회 말 최익성의 2루타성 타구를 다이빙하면서 잡아내기도 했다.

SK에서는 3루수 김태균의 수비가 빛났다. 김태균은 3차전 1회 초 심정수, 7회 초 강동우의 타구를 각각 역모션으로 잡아내 경기의 수준을 높였다. 김태균은 느린 타구, 빠른 타구, 선상 타구를 모두 부드러운 수비로 연결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진지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는 심판들의 정확한 판정도 한몫을 했다. 3연전 동안 눈에 띄는 오심이 나오지 않았다. 작은 어필은 있었지만 경기의 흐름에 제동을 걸 정도의 승강이는 없었다. 1차전 12회 연장 4시간58분이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다.

난이도 높은 플레이도 경기 수준을 높였다. 1차전에서 박재홍의 단독 홈스틸은 분석에 분석을 다해 나온, 한 수 위의 플레이다. 한 박자 빨리 타임을 걸고 투수들을 다독인 SK 포수 박경완과 삼성 진갑용은 포수가 왜 야구를 리드해 나가는지 그 감칠맛을 확인시켰다. 양팀 불펜이 2차전 임창용(삼성), 조웅천(SK)을 빼고는 모두 벤치의 기대에 부응한 것도 깔끔했다. 이는 선동열(삼성), 조범현(SK) 두 감독의 운용이 절정에 올라 있음을 보여준 부분이다. '신데렐라 홈런'을 때린 최익성(SK)과 김재걸(삼성)은 명승부 맛을 진하게 해준 양념이었다.

3차전 30이닝 내내 가장 멀리 벌어진 스코어는 2-0. 2차전 7회 말이 끝났을 때였다. 그것도 1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8회 초 다시 1점 차(3-2 삼성 리드)로 돌아갔다. 나머지 29이닝은 모두 1점 차 이하의 승부. 그 팽팽한 긴장 속에서 선수들은 기억에 남을 작품을 만들어냈다. 집중력과 진지함. 그게 결론이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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