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그 기업이 알고싶다] 14. LG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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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LG전자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평택 러닝센터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으면서 조별 장기자랑을 펼치고 있다. LG전자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소속 본부나 부서에 따라 3∼6개월간의 교육을 받는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업체다. 흔히 '삼성은 경쟁, LG는 인화'라는 말이 있지만, LG전자의 분위기는 최근 확 바뀌었다. 한 차장급 직원은 "일등주의.성과주의를 내걸면서부터 기업문화가 달라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독한 사람'이 인재상=LG전자의 인재상은 'Right People'이다. LG전자에서는 'Right'라는 말을 '독한, 실행력 강한, 전문역량을 갖춘'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이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 LG전자는 인사.급여 체계에서 성과주의를 강조한다. 가령 근무평가에 따라 정해지는 직원의 연봉은 '누적제'다. 연봉이 한번 나빠지면 내년까지 영향을 받는다. 회사 실적과 사업부 성과에 따른 경영성과급이 지급되고, 우수한 실적을 쌓은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도 해준다.

'혁신학교'도 독한 사람을 키우기 위한 대표적 사내 교육제도다. 4박5일간 입소해 각종 혁신 아이디어를 짜내고 평가받는 일종의 정신무장 교육이다. 말이 4박5일이지, 과제를 풀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기 때문에 '무박 5일'이나 다름없다. 입소 전 건강 체크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고되다. 입소 경험이 있는 한 직원은 "마지막 날 정리 보고서를 쓰는데 너무 졸려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고 고백할 정도. 이런 교육을 신입사원들은 입사 1년 내에 반드시 받도록 돼 있다.

성과주의를 내세우다 보면 직장 분위기가 삭막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한 직원은 "인화의 문화가 적절히 살아있고, 이 때문에 회사 다닐 맛이 난다"고 말했다. 성과주의와 인화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은 이 회사가 직위체계와 직급체계를 구분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호칭'과 관련되는 직위는 대개 근무 연수에 따라 어렵지 않게 올라가는 편이다. 하지만 연봉과 관련되는 직급체계(주니어-시니어-리더)는 다르다. 똑같이 과장이 되더라도 일부는 주니어 직급에 남고 일부는 시니어 직급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능력에 따라 연봉 차이는 내지만, 호칭은 같게 함으로써 사기 저하와 소외감은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도 구성원들이 심각한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엄청난 차이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소수의 우수 인재나 큰 성과를 낸 프로젝트팀에는 파격적인 보상을 한다. 인사팀 이동진 차장은 "조직의 성과는 어차피 팀플레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 필요한 사람은 수시로 뽑는다=LG전자는 한꺼번에 사람을 뽑는 공채 제도가 없다. 사람을 필요로 하는 부서가 있으면 홈페이지(www.lge.com)에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을 받는다. 봄.가을에 두 차례 전국의 대학을 찾아가 채용설명회(캠퍼스 리크루팅)을 하기도 하고, 석.박사 과정의 우수한 인재는 직접 회사 측이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올해 모집인원은 3000명 정도. 이미 2000명을 뽑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1000명 정도 더 뽑을 예정이다. 채용 인원의 85% 정도가 이공계다.

채용은 공고-서류전형-인성.적성검사-면접-신체검사의 절차를 거친다. 보통 채용 공고 후 최종합격 통보까지는 두 달 정도 걸린다. 토익은 600점 이상이면 통과(해외 관련 업무는 700점). RPST(Right People Selection Test)라 불리는 인성.적성 검사에서 탈락하는 비율은 20~25% 정도. 핵심은 면접이다. 2인 1조로 45분간 진행되는 면접은 실무부서장과 임원, 인사팀 관계자 등 4~5명이 들어와 강도높게 진행한다.

"입사 후 상사가 1년 넘게 계속 단순한 일만 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인성 파악 질문, "해운대 해수욕장에 몇 명의 인원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같은 논리.사고력 질문,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휴대전화에 대해 영어로 설명해 보시오"같은 영어 질문을 던진다. 연구직의 경우 전공프레젠테이션 면접도 있다. 인터뷰 질문에는 단점을 물어보는 질문이 반드시 있다. "대인관계는 원만한데 덜렁거린다는 소리를 듣는다"식의 솔직한 답변이 좋다.

이현상 기자

신입사원!
창원사업장 연구원 김민경씨

올 2월 입사한 김민경(24.사진)씨는 경남 창원 사업장 내 냉장고연구실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구실의 전산시스템 관리가 그의 업무다. "선배들의 자상한 도움으로 아직 큰 어려움은 모르겠다"는 것이 근무 소감.

김씨는 입사 후 3개월 동안 '배럭 코스'라 불리는 신입사원 교육을 받았다. '배럭'은 군 부대 막사를 뜻하지만, 유명 컴퓨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병사들을 만들어 내는 건물이기도 하다. 특히 교육 기간 마지막 1주일간의 혁신학교는 거의 극기훈련 수준이었다고. 마지막 날 오후 네 시쯤 시작한 40㎞ 도보 산악훈련은 중간 중간 주어지는 과제까지 해결해야 돼 다음날 새벽 네 시쯤 끝났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교육을 마칠 때쯤 비로소 회사의 일원이 된 느낌이 나더군요. 회사가 바라는 '독한 인재상'이 어떤 건지도 어렴풋이 감이 잡혔습니다."

부산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캠퍼스 리크루팅을 통해 채용됐다. 다른 회사에 지원해 두세 번 고배를 마신 적이 있지만,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치고는 비교적 쉽게 합격한 셈. 전공공부를 충실히 하면서 틈틈이 신문을 읽어 사회.인문적 소양을 넓힌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면접 때는 밝게 웃으면서 또박또박 자신있게 말한 것이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에 대학시절 여고 동문회장을 맡아 열심히 일했던 경험을 쓴 것도 회사의 인재 평가 기준인 '실행력'과 관련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현상 기자

선배님 이게 궁금해요

Q. 대졸 신입사원의 초봉은 얼마나 되나요.

A. 첫해 3000만원 선. 전자업종답게 연구직이 조금 많고, 일반 경영직이 조금 적지. 경영실적에 따라 매년 초 지급되는 경영성과급은 별도란다.

Q. 몇 년 있으면 '졸병생활'(사원)에서 벗어나나요.

A. 사원으로 3년 있으면 대리가 되지. 대리(3년)-과장(4년)-차장(4년)을 거쳐 부장이 된단다. 부장(일반적으로 5년 정도) 다음엔 임원이지만, 누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야 알고 있을 테고….

Q. 특징적인 복지 혜택이 있나요.

A. 본인 의료비는 100% 지원되지. 물론 성형이나 미용 수술 같은 것은 안 되겠지만. 가족들에 대해서는 큰 금액의 치료비가 들 경우 회사가 일정 부분을 지원해준단다. 괌에 있는 라데라 콘도도 1년에 한차례씩 이용할 수 있게 해주지. 보통 신혼여행이나 부모님 효도여행 때 많이 이용하더군.

Q. LG전자 직원이 되면 전자제품을 싸게 살 수 있나요.

A. 연간 150만원 한도 내에서 약 30% 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티켓이 나온단다. 화장품, 의류 등 LG 계열에서 나온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도 있고.

Q. 출근시간이나 근무 복장은 어때요.

A. 출근은 사업장마다 다르지만, 서울 여의도 쌍둥이 빌딩 기준으로는 오전 9시~오후 7시. 하지만 보통은 오전 8시쯤 출근하지. 복장은 외부 사람을 자주 만나는 사람을 빼고는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허용한단다. 연구소로 가면 말총머리에 턱수염을 기르는 직원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

Q. 지방대 출신이나 여성들에 대한 차별은 없나요.

A. 지방에 사업장이 많다 보니 지방대생을 일부러 뽑는 경우도 있단다. 여성은 올해 채용인원의 30% 정도를 선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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